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11년이라는 이례적인 장기집권 체제를 굳힌 가운데, 임기 후반기 최대 과제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음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본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주가 부양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지배구조 개선이다. 카카오뱅크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는 데다가 곧 찾아올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의 정관 개정을 안건으로 올리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로, 무려 11년 째 '장기집권' 중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이사회 내 IT 및 금융소비자 전문가 부재와 위원회 독립성 한계 등은 밸류업의 발목을 잡는 약점으로 꼽힌다.
◆ 실적은 날지만 주가는 '박스권', 윤호영의 2026년 핵심 과제 '밸류업'
윤 대표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2027년 3월까지 무려 11년 동안 카카오뱅크를 이끌게 됐다. 카카오뱅크 출범부터 설립을 주도한 초대 CEO로서 ‘기술 혁신’과 ‘포용 금융’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하지만 11년 장기집권의 후반부에 접어든 2026년, 윤 대표의 시선은 ‘밸류업’을 향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가 2024년과 2025년 연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성과를 입증했지만, 다른 상장 금융사들의 주가 상승 랠리 속에서 유독 카카오뱅크의 주가만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년째 지지부진한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2월 초 역대 최대 실적 발표에 힘입어 반짝 급등하기도 했으나 이내 다시 박스권으로 회귀했다. 지난해 6월 3만8천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7월 3만 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3만 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13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3850원에 머물러 있다.
◆ 정관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 삭제, 정말로 ‘선제적’ 밸류업 의지인가
지난해 금융주들의 주가 급등 이면에 ‘지배구조 개선’이 큰 축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 역시 밸류업 과제를 풀기 위해 지배구조의 선진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올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이를 카카오뱅크의 선제적 밸류업 의지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배제를 금지하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정관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7대 금융지주 대부분이 이미 해당 정관 조항을 삭제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 변화에 맞춘 후행적 조치인 셈이다.
시장의 우려가 향하는 더 큰 지점은 사외이사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이다.
◆ 인터넷은행인데 IT 전문가가 없다, IT·소비자 전문가 찾아보기 힘든 이사회
카카오뱅크는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진웅섭, 김륜희 이사를 재선임하고, 퇴임하는 김부은 이사의 후임으로 남상일 SGI신용정보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퇴임하는 김부은 이사가 서울보증보험 출신이었다는 점을 살피면, 김부은 이사가 맡고 있었던 SGI서울보증과 카카오뱅크의 파트너십 다리 역할을 남상일 이사가 대체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카카오뱅크 사외이사진 전문성의 다양함이 이런 ‘현상 유지’에 머무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인터넷전문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내에 IT·디지털·보안 실무 출신 인사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회사가 공시한 역량구성표 상 사외이사 가운데 유일하게 IT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분류된 인물은 김륜희 이사다. 하지만 김 이사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부교수이긴 하지만 일리노이대학교 재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재무·금융’ 중심 연구자다. IT 및 보안 기술 전문가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카이스트 홈페이지의 김륜희 교수 연구실 소개 부분에는 ‘수준 높은 재무 연구를 추구합니다’라고 적혀있다.
최근 금융권의 핵심 트렌드인 금융소비자 보호나 행동 분석, 디지털 UX 등을 대변할 소비자 전문가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카카오뱅크 사외이사진 6명의 전공과 경력은 크게 법률·규제와 경제·경영·재무 전문가로만 나뉘어 있다. 인터넷은행 특유의 테크 및 소비자 중심 DNA보다는 기존 금융권의 관행과 유사한 인적 구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새롭게 선임하는 남상일 후보의 영입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남 후보는 금융상품 개발, 중장기 전략 수립,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운영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 모델과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에 대한 이해도 보유하고 있는 인물로, 금융소비자보호 분야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선임된 사외이사다.
◆ 보수위원회에 카카오 CA협의체 인사 포진, ESG 모범규준 빗겨가
이사회 내 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도 지배구조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ESG 모범규준에 따르면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는 보수위원회 등은 이해상충 방지와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보수위원회에는 유호석, 김부은 사외이사 외에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대열 기타비상무이사가 포함돼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는 않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이사다. 주로 대주주(모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모기업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다.
보상위원회는 경영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결정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로, 다른 이사회 내 위원회보다 더욱 엄격한 독립성이 요구된다.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보상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보상위원회에 대주주 측 인사가 개입하게 되면, 대주주의 입김이 자회사 경영진의 보수 결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적 통로가 생기게 된다. 경영진의 '대주주 종속성' 심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단순한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라, 상장사라는 것이다. 보상위원회의 완벽한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카카오뱅크의 경영진은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의 이익이나 은행 자체의 독립적 장기 가치보다 자신의 밥줄을 쥐고 있는 대주주, 카카오의 의중에 더 신경을 쓰게 될 리스크가 존재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돌아가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개선 시계
물론 카카오뱅크 역시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증대 등을 위해 여러 가지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상법 개정에 맞춰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규정을 신설하고 대리권 증명 방법 또한 서면 외 전자문서로 가능하도록 개정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채널 다각화를 통해 주주 · 투자자와의 접점을 확대해나가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뱅크에서 소통 강화의 주요 방안으로 꼽는 것은 △분기별 실적발표회 동시통역 도입으로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소통 강화 △IR Letter 발송을 통해 전략적이고 시의성 있는 소통 △국문, 영문 공시 적극 실행을 통한 국내외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 시간 최소화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 기간을 점진적으로 확대 시행하며 주주의 주주총회 참석 확대 등이다.
보상위원회를 제외하면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또 다른 이사회 내 위원회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 등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는 것 역시 긍정적 측면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사외이사 전체의 과반 이상을 신규 선임하며 전문성과 다양성을 보강해오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이사회의 객관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해 지속가능한 기업가치를 제고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