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뒤로 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반등을 모색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도 발 빠르게 미국에서 ‘조 단위’의 ESS용 배터리 물량을 확보했다. 북미에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기업이라는 점, 리튬인산철(LFP)배터리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삼성SDI의 강점으로 꼽힌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
최 사장은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국 현지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전환하고 있다. 생산설비의 변환과 함께 대규모 일감을 확보하면서 최 사장의 실적 회복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조5천억 규모 ESS용 배터리 공급계약 따내, 올해부터 실적 기여 기대
삼성SDI는 16일 미주법인인 삼성SDI아메리카(SDIA)가 미국의 메이저 에너지 전문기업과 ESS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1조5천억 원으로 올해부터 2029년까지 4년 동안 단계적으로 물량을 공급한다.
특히 올해부터 공급 일정이 잡힌 만큼 당장의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1조72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기자동차(EV) 수요가 둔화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는 데 2024년에는 이익 감소에도 흑자(영업이익 3633억 원)를 유지했었는데 지난해에는 큰 폭의 적자전환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공급하게 될 배터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삼성SDI-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번 공급계약은 삼원계는 물론 리튬인산철(LFP)배터리에서도 삼성SDI가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삼성SDI는 설명했다.
삼성SDI가 미국의 메이저 에너지 전문기업에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배터리와 LFP배터리를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 3개월 만에 ‘조 단위’ 수주로 중장기 실적 기반 닦아
이번 수주로 삼성SDI는 3개월여 만에 미국 ESS용 배터리 물량을 3조5천억 원 이상 확보하게 됐다.
삼성SDI 미주법인은 지난해 12월10일 미국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기업과 ESS용 LFP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SDI는 이 계약이 금액 기준으로 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2027년부터 3년 동안 이 계약 관련 ESS용 배터리를 고객사에 공급한다.
이 계약은 삼성SDI가 성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따낸 ESS용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이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ESS 수요는 2025년 59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142GWh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삼성SDI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추가 수주를 기대해왔다. 3개월 만에 또다시 1조5천억 원의 대형 수주로 미국 ESS용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 북미 유일 ‘비중국’ 각형 ESS용 배터리 앞세워 추가 수주 노린다
삼성SDI의 가장 큰 강점은 비중국계 배터리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북미에서 각형 폼팩터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꼽힌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와 비교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화재 안전성 기술과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는 단단한 알루미늄 캔 타입의 외관 구조로 되어 있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강하다. 또 내부 열 발생 때 즉각 배출이 가능한 벤트와 퓨즈 등 안전장치가 설계돼 있다.
삼성SDI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들과 추가로 공급계약을 협의하고 있어 조만간 재차 대형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SDI는 안전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각형 기술을 기반으로 까다로운 미국 에너지기업들과 ESS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한 만큼 앞으로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수주 릴레이는 글로벌 ESS 시장에서 당사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고객들의 프로젝트 특성과 성능 요구에 따른 다양한 ESS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