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5천억 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며 국가 신성장 동력 확보의 선봉에 섰다.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첨단산업으로 자금 흐름을 전환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호응해, 그룹 차원의 대규모 펀드를 결성하고 미래 핵심 먹거리인 AI와 신재생에너지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5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정부의 생산적금융 정책에 발맞춰 나간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5천억 규모 ‘하나모두성장인프라펀드’, AI와 신재생에너지 초기 투자 집중
하나금융그룹은 민간 자금의 생산적 금융 유입을 이끌기 위해 약 5천억 원 규모의 ‘하나모두성장인프라펀드’를 결성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펀드는 하나은행이 4천억 원을 출자하는 것을 필두로 하나증권 500억 원, 하나생명 200억 원, 하나캐피탈 170억 원, 하나손해보험 100억 원, 하나대체투자 30억 원 등 그룹의 주요 관계사가 공동 출자했다.
핵심 투자 대상은 국가적 과제로 꼽히는 신재생 에너지와 AI·디지털 인프라 등이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인 ‘완도금일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투자가 이뤄진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은 국가 AI 데이터센터와 호남권 첨단산업 전력 인프라로 활용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AI·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는 ‘부천 삼정동 AI허브센터’와 ‘인천 구월동 AI허브센터’ 등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자금이 투입된다. 이 두 곳의 센터는 최대 250kW의 서버 랙 전력을 공급하는 AI 특화 데이터센터로, 하나금융그룹은 앞으로 GPUaaS, AlaaS 등 시장 주도 사업자들을 임차인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펀드를 통해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리스크가 수반되는 ‘초기 개발단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물 경제의 신규 성장을 직접 견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향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자문 및 금융 주선권을 확보해 수익성까지 챙기겠다는 것이다.
◆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압박, 부동산에서 첨단산업으로
하나금융그룹의 이번 펀드 결성은 2025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하반기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공식 어젠다로 채택하고, 기존 부동산·담보·수도권에 쏠려 있던 자금 흐름을 첨단산업·벤처·지역발전·자본시장 투자로 구조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5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 플랫폼을 설계했으며, 은행과 보험사가 벤처나 정책펀드 등 생산적 영역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자본 및 운용 규제를 합리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반면 부동산 금융에는 공적보증을 축소하고 주택담보대출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를 예고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금융당국은 검사·감독 방식을 사전 컨설팅 위주로 개편하고, 생산적 자금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손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면책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단기 연체율이나 부실률에 매몰되어 기업 대출을 꺼리던 관행을 깨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에 자금 공급의 품질을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 함영주, 100조 플랜부터 그룹 컨트롤타워까지 생산적금융 주도
함영주 회장은 금융당국의 이러한 대전환 압박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대신 이를 선제적, 전면적 그룹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 것을 선택했다.
하나금융은 2025년 10월, 2030년까지 5년간 100조 원을 투입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 가운데 84조 원을 국가전략산업과 벤처, 지역발전 등 생산적 금융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11월에는 6개 관계사가 4천억 원 규모의 ‘하나 모두 성장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를 조성해 4년 동안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첨단산업에 투입하는 계획을 확정했으며, 하나은행 단위에서도 기술보증기금 등과 연계해 수천억 원대 보증과 대출을 집행하며 지역 중소기업 지원에 속도를 냈다.
함 회장의 실행력은 올해 들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6년 1월 출범한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통해 당초 계획보다 1조6천억 원 늘어난 17조8천억 원을 2026년 생산적 금융 공급 목표로 확정했다. 협의회를 매월 개최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KPI, 리스크 관리, 보상 체계 전반을 개편하는 등 실행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을 단순 자금 공급이 아닌 산업 통찰 기반의 ‘능동적 금융’으로 전환하겠다는 함 회장의 의지가 그룹 전체의 거버넌스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그룹 생산적금융지원팀 관계자는 "이번 5천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국가 미래 산업의 뼈대를 세우는 실물 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재생 에너지 및 AI 인프라 등 혁신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