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목욕탕 장면으로 사우나는 예약이 늘었고, 케데헌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를 닮은 '까치호랑이 배지'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K팝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케데헌 열풍’은 다시 한 번 이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는 현지시각으로 12일 케데헌의 공동 연출자인 메기 강 감독·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다년 애니메이션 집필·연출 파트너십을 맺고 속편 제작을 공식 발표했다. 속편은 현재 제작 초기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 감독은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더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한국 영화 제작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우리가 만든 세계에는 아직 보여줄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으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는 설정의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겉으로 보면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문화 자체를 세계관의 재료로 삼았다는 점이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품에는 저승사자 복식에서 착안한 악역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 민간신앙 속 도깨비를 형상화한 악령들, 조선 전통 무기에서 파생된 캐릭터 무기 등이 등장한다. 목욕탕과 한의원, 김밥과 컵라면 같은 일상의 풍경도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녹아든다. 한국적인 소재들이 낯설기보다는 흥미로운 판타지 장치로 받아들여지면서 작품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결과는 예상 밖의 흥행기록으로 이어졌다. 케데헌은 전세계 누적 시청 수 5억 회를 돌파하며 ‘오징어 게임’을 넘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올랐다. 공개 3개월이 지나도록 넷플릭스 톱10에 장기간 머물며 영어권 영화 가운데 최장 기록도 새로 썼다.
함께 공개된 삽입곡(OST) ‘골든’ 역시 가상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이 곡은 골든 글러브 어워즈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고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영상 음악 부문 상을 수상하며 K팝 장르 최초 그래미 수상 기록을 세웠다.
콘텐츠의 영향력은 스크린 밖에서도 이어졌다. 케데헌 공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외국인 관람객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누적 관람객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다 기록이자 전년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박물관 기념품 매출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116억9200만 원이던 매출은 2023년 149억7600만 원, 2024년 212억8400만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케데헌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7월 한 달 기념품 매출은 49억5200만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증가했다.
유통업계도 빠르게 이 흐름에 올라탔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패키지에 케데헌 캐릭터를 적용한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고, 출시 직후 품절되자 추가 제품까지 선보였다. 파리바게뜨 역시 캐릭터를 활용한 빵과 디저트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이 식품과 소비재 판매로까지 이어지는 ‘콜라보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케데헌의 존재감은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케데헌은 K-팝 관련 글로벌 언급 비중 6.7%를 기록하며 블랙핑크와 로제, 방탄소년단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사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품이 한류 핵심 키워드 상위권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케데헌은 한류 콘텐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나 아이돌 중심이던 한류가 이제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관광과 소비재까지 이어지는 ‘문화 IP’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속편 제작 소식이 나오자 팬들이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