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가 대만의 TSMC와 점유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주도권을 잃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보다 먼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양산출하하고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메모리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일정을 마치고 13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가 2024년보다 더 벌어졌다고 13일 발표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9.9%, 삼성 파운드리는 7.2%였다. TSMC와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 격차는 62.7%포인트로 2024보다 7.7%포인트 올랐다.
파운드리(foundry) 업체는 반도체 칩 설계를 하지 않고 제조와 공급을 도맡는 업체를 뜻한다.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fabrication)하지 않는 팹리스(fabless) 업체를 고객으로 둬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
삼성전자 DS부문 소속인 삼성 파운드리는 2025년 한 해 동안 126억3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24년보다 3.9% 감소한 수치다.
파운드리 업계 단독 1위를 차지하는 TSMC는 지난해 1225억4천만 달러로 삼성 파운드리의 9.7배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했다. 2024년보다 36.1% 증가한 것으로 연 단위 상승률로는 업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파운드리 시장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파운드리 전문인 TSMC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전체를 합친 것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1987년 설립 당시부터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방침을 세우고 단 한 번도 반도체 설계를 시도한 적이 없다. 모든 자원과 기술력이 파운드리에 집중되면서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팹리스 업체들의 수주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이재용 회장은 2017년 삼성 파운드리를 독자 사업부로 승격시켜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2017년부터 2018년, 2019년에 상승세를 그렸으나 2019년 1분기 시장 점유율 19.1%를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9년 1분기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48.1%를 차지했다.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발전으로 팹리스·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TSMC와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위기는 메모리, 특히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삼성전자와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출하하며 경쟁 상대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따돌리고 업계 선두에 섰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이미 HBM4의 최대 고객사가 될 엔비디아에 양산출하한 HBM4를 공급해 퀄리티 테스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3월에 들어서야 양산출하해 성공해 샘플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엔비디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6~19일 개최할 GTC2026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처음으로 직접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 DS부문장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전해지지 않았다.
12일에는 리사 수 AMD CEO가 18일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해 이재용 회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HBM4 공급망 논의를 위한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HBM4 우위는 굳건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