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주총이 2주가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지주 이사회의 차기 사외이사 후보 추천도 거의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에서 금융지주들은 대부분 금융당국이 꾸준히 강조해 온 ‘소비자 보호 강화’와 ‘교수 출신 비중 축소’ 등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후보 추천 목록을 공개하면서 이는 구체적 사실로 확인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맨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허프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상황마다 달라지는 정책적 요구와 별도로 금융권 이사회 구성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원칙도 있다. 바로 ‘성별 다양성’이다.
국내 여러 산업계 가운데서도 유독 ‘유리천장’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곳이 금융권인 만큼, 금융지주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은 ESG 경영의 핵심 가치로 평가받는다.
특히 2026년 6월부터 상장사 이사회 비상임이사 구성원 중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의무화한 유럽연합(EU)의 '여성 사외이사 할당제'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하면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25년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37% 수준으로 2024년의 31.2%와 비교해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6년의 ‘예비’ 사외이사 진용을 보면 34.4%(32명 중 11명이 여성)으로 오히려 소폭 후퇴했다.
◆ 신한금융·하나금융, 사외이사 9명 중 여성 4명으로 나란히 ‘업계 최고 수준’
이사회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기존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남성인 이용국 이사와 여성인 윤재원 이사가 퇴임한다. 빈자리는 새 후보인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남성)과 임승연 국민대 재무금융회계학부 교수(여성)가 채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성별 다양성 구성 비율에 수치적 변화는 없지만, 김조설·송성주·전묘상 이사의 재선임과 임승연 이사 후보의 합류로 총 9명 중 4명(44.4%)의 여성 사외이사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기존에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신한금융지주가 ‘업계 최고 수준의 이사회 성별 다양성’ 기조를 계속 이어가는 셈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전성빈 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국내 금융권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이사회 의장 역시 여성인 윤재원 사외이사지만, 윤 이사가 올해 퇴임하면서 다음 이사회 의장이 또 여성으로 선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기도 하다.
하나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인사를 통해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개선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3월 기존 9명의 사외이사 정원 가운데 8명이 임기 만료를 맞는다. 하지만 대규모 교체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실제 교체 폭은 크지 않았다.
다만 교체된 한 자리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기존 이강원 이사(남성)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여성 인사이자 소비자보호 전문가인 최현자 서울대 교수가 합류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원숙연, 윤심, 서영숙 이사에 최현자 이사 후보가 더해지면서 하나금융지주 역시 신한금융지주와 동일하게 9명 중 4명(44.4%)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됐다.
◆ KB금융, 여성 비율 소폭 후퇴했지만 ‘여성 의장’ 상징성은 여전
KB금융지주는 기존 7명의 사외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성별 다양성이 소폭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5년 기준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전체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가 3명으로 전체의 42.8%를 차지해 신한금융지주 다음으로 높은 성별 다양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 주총을 앞두고 여성인 여정성 이사가 퇴임하고, 그 자리를 남성인 서정호 이사 후보가 채우게 되면서 여성 이사의 수가 줄어들게 됐다.
다만 이사회 내 상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현재 KB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 여성인 조화준 이사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2024년 3월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인 권선주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여성 이사회 의장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25년에도 여성인 조화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물론 2026년 이사회 의장이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우리금융 여성 사외이사 7명 중 1명으로 급감, ‘압도적 꼴찌’로 역주행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부문에서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든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전통적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이사회 규모가 가장 작다는 지적을 받아온 우리금융지주는 2024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수를 기존 6명에서 7명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여성 사외이사인 이은주, 박선영 교수를 동시 선임해 여성 이사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며 여성 비율을 15%에서 30%로 대폭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 정부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부응하는 행보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2026년 주총 인사에서는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여성 사외이사인 이은주, 박선영 이사가 나란히 퇴임하는 자리를 남성인 정용건 후보와 여성인 류정혜 후보가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는 7명 중 단 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여성 비율은 약 14.3%로 급감하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단순 비율로도 ‘압도적 꼴찌’로 역주행하게 됐다.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20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 내 여성이 단 한 명이라는 것은, 사실상 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채우고 있는 것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