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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공습이 열흘을 넘기면서 전 세계 관심은 ‘종전’을 향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유리한 미국은 ‘조기종전’을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불리한 이란은 오히려 ‘장기항전’을 공언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유리한 쪽은 전쟁을 더 끌고가려 하기 마련인데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조기종전', 이란은 '장기항전' : 국제유가가 전쟁 향방을 결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이는 모두 국제유가 때문으로 보인다. 글로벌 안보·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협하는 것은 이란 미사일이 아니라 국제유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인도 매체 퍼스트포스트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휴전을 타진하더라도 다시 공격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주고 그 책임을 인정할 때만 휴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항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휴전을 요청하더라도 그들이 공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란이 다시 공격받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때만 휴전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어 "세계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라"며 "이란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전쟁 종결시점은 이란이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두고 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에서 '조만간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밝힌 뒤 나온 반박이어서 주목된다. 

 

이란의 장기항전 전략에 발목 잡힌 트럼프

미국은 '조기종전', 이란은 '장기항전' : 국제유가가 전쟁 향방을 결정한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빠르게 이란전쟁의 종전과 승리를 선언하고 싶지만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의 전략을 두고 승리가 아닌 '지구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바라본다.

이란 전문가인 대니 스트리노비치 전 이스라엘 국방정보 장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란 지도부는 엄청난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흡수력과 지속력이 미국과 이스라엘보다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이란은 시간은 결국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란 외교관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란이 장기전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카말 카라지와 이란 최고지도자실 외교정책 고문은 CNN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없다"며 "이란 전쟁은 오직 경제적 고통을 통해서만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무아세르 전 요르단 외무장관은 미국 주간지 더 뉴요커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을 패퇴시키고 대체하려는 것에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현재 전황과 경제적 곤란이 당혹스러운 문제로 드러날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국제유가

미국은 '조기종전', 이란은 '장기항전' : 국제유가가 전쟁 향방을 결정한다
항행하는 유조선.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제 트럼프를 위협하는 것은 국제유가라는 것에 입을 모으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한 때 배럴당 118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란이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초래된 결과다.

영국에 본사를 둔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급격한 유가 변동성은 이번 이란 전쟁이 단순한 군사충돌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경제전쟁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란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현지시각)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시장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IEA는 이날 32개 회원국이 비상 비축유 전체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규모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이뤄진 비축유 방출규모 1억8270만 배럴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IEA의 결정에 환영하는 뜻을 나타냈다. 그만큼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켄터키에서 연설을 통해 "오늘 IEA가 전세계 각 나라 석유 비축분에서 기록적 규모인 4억 배럴의 석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이는 미국이 세계에 대한 위협을 끝내는 동안 유가를 상당히 낮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다르게 IEA의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를 낮추는 것은 실패했다.

3월11일(현지시각)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종가는 배럴당 91.98달러로 전장보다 4.8% 올랐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25달러로 전장보다 4.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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