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의 인공지능(AI) 연구가 피지컬 AI와 로봇 개발로 뻗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신설된 로봇 연구개발 전문 법인에서 최고경영책임자(CEO)를 겸직하면서 크래프톤의 피지컬 AI 사업을 직접 지휘한다.
김 대표가 피지컬 AI에 집중하는 것은 게임 속 시뮬레이션 기술이 로봇 학습에 강점을 가질 수 있어서다. 현실의 물리법칙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게임의 특성이 로봇의 두뇌 개발에 적용되는 것이다.
결국 김 대표는 크래프톤의 AI 사업을 ‘게임에 필요한 AI’에 국한시키지 않고 ‘게임을 응용한 AI’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가 미국에 세운 로봇 개발 전문 법인 '루도로보틱스'의 CEO를 겸직하며 크래프톤의 AI 연구를 고도화하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1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최근 김 대표가 미국에 세운 로봇 개발 법인 ‘루도로보틱스’가 한국 자회사 ‘루도로보틱스코리아’ 설립을 마치고 핵심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크래프톤의 AI 전략이 피지컬 AI로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 모회사 루도로보틱스의 CEO는 김 대표가, 한국 자회사 루도로보틱스코리아의 CEO는 이강욱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가 맡는다. 이 CAIO는 루도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도 겸직한다.
루도로보틱스는 지난해 11월 미국에 설립됐다. 실제 등록된 법인명은 ‘CRAFT.AI’로, 크래프톤은 추후 법인명을 루도로보틱스로 바꿀 예정이다. 공시에서 크래프톤은 이 법인의 업종을 ‘로봇 연구개발업’으로 명시했다. 올해 2월에는 로도로보틱스의 한국 자회사 루도로보틱스코리아가 설립됐다.
한쪽에서는 게임회사가 로봇을 만든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 주로 호명된 기업이 현대차와 테슬라 등 제조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뽑은 ‘휴머노이드 로봇 100대 핵심 기업’에는 두뇌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알파벳, 메타, 퀄컴, 오라클 등 다수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포진해 로봇 관련 기업의 범위를 넓혔다. 네이버도 이름을 올렸는데, 로봇의 두뇌뿐 아니라 몸체를 통합 개발할 수 있는 기업으로 분류됐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와 ‘인조이’ 등의 게임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대규모 상호작용 데이터와 가상세계 운영 경험이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연구에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속 가상세계의 시뮬레이션 환경이 로봇 두뇌를 효율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AI 글로벌 기업 엔비디아와도 협업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해 4월 김 대표를 만나 AI 협력을 논의하며 게임 특화 AI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같은 해 이 CAIO는 엔비디아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이용자와 AI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전사 차원의 AI 역량을 총동원하는 ‘AI 퍼스트’ 전략을 선언하고 1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AI본부는 지난해까지 50편이 넘는 연구 논문을 국제 학회에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