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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날아드는 반가운 소식, 바로 결혼입니다. 하지만 예식장 버진 로드를 걷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스드메'를 고르다 싸우고, 신혼집 명의 문제로 부딪히다 결국 청첩장까지 돌린 마당에 결혼을 엎는 커플이 심심치 않게 찾아옵니다.

[승변의 법률 처방전] 청첩장 돌리다 엎어진 결혼, 예물은 누가 가질까?
파혼이 되면 예물의 향방을 둘러싸고 법적 다툼이 벌어진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감정적인 상처도 크지만, 당장 현실적인 문제가 눈앞에 닥칩니다. 예식장 위약금은 누가 물어야 할까요? 그리고 서로 주고받은 명품 가방, 고급 시계,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고가의 '예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네가 잘못해서 깨진 거니 내 선물 당장 돌려내!"라는 주장은 과연 법적으로 타당할까요?

이 문제를 풀려면 먼저 우리가 주고받은 '예물'의 법적 성질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법원은 약혼 예물의 수수를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라고 봅니다. 법률용어를 써서 생소할 수 있지만, 쉽게 풀면 "우리가 무사히 결혼해서 부부가 되면 이 선물은 완전한 네 것이 되지만, 만약 결혼이 깨지면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파혼, 즉 혼인이 성립하지 않기로 확정되었다면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서로 주고받은 예물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 파혼하면 각자 준 거 다시 찾아오면 끝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은 억울한 피해자를 두 번 울리지 않습니다.

결혼이 깨진 데에는 주로 어느 한쪽의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이 바람을 피웠거나, 심각한 도박 빚을 숨겼거나, 시댁 혹은 처가의 무리한 혼수 요구로 파탄이 나는 식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법률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약혼 해제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 유책자(책임 있는 사람)는 그가 제공한 약혼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바람을 피워서 파혼의 원인을 제공한 남자친구는 자기가 사준 명품 가방을 돌려달라고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예물 반환 청구권을 박탈당하는 일종의 '페널티'를 받는 셈입니다.

결국 파혼 소송(약혼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등 소송)의 핵심은 "누구 잘못으로 결혼이 깨졌느냐(귀책사유)"를 입증하는 데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 탓이라고 우기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로서 드리는 팁은 바로 '증거 수집'입니다.

상대방의 외도나 폭언, 양가 부모님의 부당한 요구 등이 있었다면 반드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문자 메시지, 통화 녹음 등을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이 증거가 있어야 상대방의 예물 반환 청구를 방어할 수 있고, 나아가 내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 예식장 위약금 같은 '재산상 손해배상'까지 받아낼 수 있습니다.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돌아서는 길은 누구에게나 아프고 쓰라립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정당하게 보호받아야 할 재산까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슬픔은 잠시 미루어두고, 냉정하게 '정산'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글쓴이 김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선인 파트너 변호사다. 한양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거제시에서 행정법률 자문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소송 현장을 누비며 법적 문제를 해결해 왔다. ‘승변’은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뜻에서 그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법전 속에 갇힌 법률 상식이 아니라, 당장 내 삶을 지켜주는 유용한 생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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