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단순한 에너지저장 기술이 아닌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 비즈니스플랫폼’.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가 올해 행사에서 지향하는 목표다.
인터배터리의 취지에 걸맞게 올해 행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3사도 각사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고성능 전기자동차(EV)를 다수 배치했던 수년 전 행사와 다르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전시장을 채웠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로봇용 배터리 기술력을 선보였다. ⓒ허프포스트코리아
배터리3사가 모두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전환을 전면에 내세워 소개한 가운데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주목도가 급증하고 있는 로봇용 배터리를 향한 관람객들의 관심도 눈에 띄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글로벌 판매 규모가 처음으로 5억 달러(약 7300억 원)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 시장은 고작 2년 뒤인 2027년에는 9배에 가까운 44억 달러(약 6조46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봇에 당연히 필요한 로봇용 배터리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이 예고된 셈이다.
◆ LG에너지솔루션, 안정성으로 완성도 높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LG전자의 클로이드(왼쪽)과 베어로보틱스의 카티100. ⓒ허프포스트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 전시관에는 두 대의 로봇이 전시돼 있다. LG전자의 클로이드와 베어로보틱스의 카티100이다.
클로이드는 AI 기반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세대 홈 로봇으로 가정 내 이동, 안내 생활 지원 기능을 수행하며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카티100은 공장 및 물류현장에서 활용되는 AI 기반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으로 최대 100kg 운반이 가능하고 선반형과 컨베이어형으로 나뉘어 다양한 물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AI 기반 자율주행 이외에 LG에너지솔루션이 두 로봇을 통해 보인 공통점은 안정적으로 장시간 운전을 해야하는 로봇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이 장시간 안정적 출력을 낼수 있는 ‘원통형배터리 2170(지름 21mm, 높이 70mm)’로 로봇 시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현장 관계자는 “두 로봇은 가정과 산업 현장에서 지속해서 가동돼야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이 두 로봇의 출력 안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에 ‘로보틱스&드론’ 존을 묶어 선보였다. 클로이드와 카티100 사이에 ‘K-드론 얼라이언스’와 협력해 개발한 혈액수송용 드론, 항공 큐브 위성 등을 함께 소개했다. 지상 로봇을 넘어 드론 산업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다양한 인프라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 로봇은 없지만, 가장 빠른 전고체배터리가 있다
삼성SDI가 처음으로 공개한 AI 로봇용 전고체배터리. ⓒ허프포스트코리아
삼성SDI는 이번 인터배터리 전시관에 자사의 배터리가 적용된 실물 로봇을 배치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적용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 로봇인 달이, 배송 특화로봇 모베드,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셔틀 로이 등이 소개됐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다만 이는 오히려 삼성SDI의 의지처럼 느껴졌다.
삼성SDI는 로봇 대신 ‘피지컬 AI’용으로 개발한 파우치형 전고체배터리 샘플을 이번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그리고 이 전고체배터리의 첫 사용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의 전고체배터리 양산 계획은 2027년 하반기로 국내 배터리기업 가운데 가장 빠르다. 로봇은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크기가 작으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시간이 긴 배터리 사양, 또 출력 성능도 요구된다. 이를 모두 충족하는 전고체배터리로 전고체 기술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이다.
삼성SDI의 전고체배터리의 특징은 무음극 구조라는 점이다. 음극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리튬메탈포일 등을 없애 기존 배터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얇은 형태를 지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뿐 아니라 삼원계 원통형배터리도 로봇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SDI 현장 관계자는 “인간과 가까이서 활용되는 로봇에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고체배터리가 적용될 것”이라며 “반면 그렇지 않은 로봇에는 전고체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삼원계 원통형배터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물류로봇과 그 이후,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로 승부한다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위아의 물류로봇(AMR). ⓒ허프포스트코리아
SK온의 전시관에는 현대위아의 물류로봇이 전시돼 있다. 이 로봇은 자율주행 모바일 로봇으로 스스로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설정해 최대 1.5톤에 이르는 물품을 이송한다. 물류 프로세스 자동화와 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는 로봇이다.
SK온은 현대위아의 물류로봇에 1회 충전시 최대 8시간까지 운행이 가능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다. 이 로봇은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산업 현장에 실제 적용돼 있고 SK온은 현대위아와 로봇 생태계 파트너로 물류로봇 이외에도 주차로봇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 로봇의 형태는 각광받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전고체배터리 등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황화물계 전고체배터리, 고분자 산화물 복합계 배터리, 리튬메탈배터리 등 에너지밀도를 높인 3종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한데 모아 소개했다.
각 배터리가 지닌 장점, 적용하는 최신 공정 등을 상세히 선보인 가운데 각 배터리마다 구체적 타임라인을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빠르지는 않지만 다양한 배터리로 향후 로봇 시장에서 계획에 맞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온은 황화물계 전고체배터리의 시제품 개발을 올해 마치고 2027년 파일럿 개발 단계를 거쳐 2029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분자 산화물 복합계 배터리는 이보다 1년 빠른 2028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리튬메탈배터리는 2028년 상용화 제품을 출시해 시험한 뒤 2031년 상용화에 이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