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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농심 부사장이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1년 만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사내이사 선임 절차까지 밟으면서 그룹 내 입지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경영 역량을 입증해야 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심 후계자 신상열 이사회 진입하며 승계 본격화, '잘 키운 신사업' 부재해 경영 역량 입증 난제
농심이 오는 3월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상열 농심 부사장을 이사회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농심

12일 농심에 따르면 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오는 3월20일 주총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신 부사장은 농심의 이사회에서 사업 전반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신 부사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 한 단계 더 진행되는 신호로 분석된다. 신 부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른 속도로 직급을 올리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 부사장은 2024년 농심 미래사업실장을 맡은 뒤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고 올해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년 단위의 연속 승진과 이번 이사회 진입을 통해 그룹 내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신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그가 구체적 성과를 보여줘야 할 부담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이사 추천 사유로 "신 부사장이 농심 재직 기간 동안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중장기적 경영 과제 추진에서 주요 역할을 수행했다"며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회사 발전과 이사회 운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 부사장은 아직까지 경영 역량이 평가될 만큼 구체적 성과를 내놓은 단계는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신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은 과거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차세대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부사장은 앞으로 농심의 미래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인물이라는 점이 이사회 추천 과정에 중요한 고려 요소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까지의 성과보다는 향후 어떤 경영 성과를 만들어낼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신 부사장은 2019년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농심에 입사했고 그로부터 3년 뒤 구매실장이 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 부사장은 구매실장으로 있는 동안 원자재 수급에 필요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역할을 주도했다. 

농심의 주요 원재료는 제분과 팜유, 포장재 등이다. 공시 기준으로 보면 신 부사장이 구매실장을 맡던 시기 제분 공급처는 7곳에서 6곳으로 줄었고 팜유 공급선은 4곳에서 2022년 3곳으로 줄었다가 2023년 다시 4곳으로 늘어나는 등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만으로 공급망 전략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포장재의 경우에도 구체적 공급처 수는 공개되지 않지만 매입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공급 구조에는 큰 변화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농심은 포장재를 특수관계인 회사인 율촌화학을 비롯해 여러 연포장 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농심의 전체 포장재 매입액에서 율촌화학 거래액을 제외하면 다른 연포장 업체로부터의 매입액은 2021년 약 1924억 원, 2022년 2550억 원, 2023년 2621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율촌화학으로부터의 매입액 역시 2021년 1769억 원, 2022년 1874억 원, 2023년 1835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 

율촌화학의 거래 비중은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포장재 매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공급처로 분석된다. 다른 연포장 업체들과의 거래 규모 역시 비슷한 수준의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어 공급망 구조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농심의 거래처는 제분업체나 팜유공급업체, 포장재업체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며 "신 부사장은 구매실장으로서 본연의 업무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실무 역량을 쌓아 왔다"고 했다. 

신 부사장은 이후 미래사업실로 이동해 신사업 발굴 업무를 맡았다. 이 시기 미래사업실에서 추진해 온 신사업 역시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농심은 그동안 건강기능식품 업체 천오앤케어나 조미김 업체 성경김 등 여러 업체들과의 인수합병(M&A)를 검토해왔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신 부사장의 재임 기간동안 인수합병이 성사된 사례는 없다"며 "M&A를 위한 협의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상호 간에 시각과 눈높이가 달라 진행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심이 추진하는 신사업으로는 스마트팜과 건강기능식품 등이 꼽힌다. 다만 아직까지 회사 실적에 의미 있는 수준으로 기여하는 단계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기타 매출 비중은 12.9%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켈로그와 츄파춥스, 백산수 등 외부 브랜드 제품 유통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알려져 있다. 이를 제외하면 신사업의 실제 매출 기여도는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농심은 지난해 스마트팜 사업 확대를 위해 중동 지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아직 구체적 사업 성과는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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