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검찰개혁 입법예고안(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안 옹호론'과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민주당 강경파의 '수정론'이 맞서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가르고 있는지 쟁점별로 분석해 본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 정부 수정안 ‘중수청 이원화’와 ‘수사범위 축소’로 민주당 의견 수용
정부의 수정안은 1차 검찰개혁법 입법예고 당시 논란이 됐던 중수청 수사 범위를 기존 9개 범죄에서 6개 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사이버범죄)로 좁히고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화 체계를 ‘수사관’ 단일체계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검사의 징계 종류에 ‘파면’을 추가해 징계 처분만으로도 검사 파면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헌법재판소 탄핵만으로 파면이 가능한 검사의 특권적 신분 보장을 완화했다. 들끓는 여론과 민주당 쪽 반발에 국무총리실이 물러선 결과다.
◆ 보완수사권, '여지 남겨야 vs 여지 없애야'
이번에 나온 2차 검찰개혁법안을 두고 정부와 검찰개혁 강경파 모두 표면적으로 ‘수사·기소 분리’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 내용을 뜯어보면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6월 지방선거 후 입법예고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담길 ‘보완수사권’은 가장 치열한 쟁점이다. 정부가 이번 논의에서 보완수사권을 논의에서 제외시킨 것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첨예한 보완수사권 문제로 발생될 수 있는 극심한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많다.
공소청 검사들이 특정 사건의 수사가 기소에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직접 보완수사를 벌일 수 있느냐가 쟁점인데 정부안은 시효 임박 등 불가피한 경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찬운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이 지난 9일 사퇴하며 보완수사권 유지를 주장한 것은 정부 내에 ‘보완수사권 유지’ 정서가 있음을 방증한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7조의 2에 따르면 검사는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에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제197조 3에 근거해 검사는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을 때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고 송치된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정부가 보완수사권을 존치하려는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바로잡지 않고 기소했다가 무죄가 쏟아질 경우 발생할 사법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안 옹호론자들은 이번 검찰개혁 법안으로 검사가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데다 인지 수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남용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 주장한다.
조상호 법부부 정책보좌관은 지난 1월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을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뒤 “검찰권 남용은 보통 어떤 사람을 타겟 삼아서 그 사건에 본인이 원하는 목표가 나올 때까지 별건에 별건을 이어가면서 하는 건데 본질은 수사의 개시”라며 “검사는 앞으로 어떤 사건도 수사를 개시할 수가 없고 해당 사건을 기소 할거냐, 불기소 할거냐만 판단해서 ‘검찰이 원하는 수사’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파들은 공소청 검사들이 중수청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또 보완수사권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은 채 조직법이 통과되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강경파들이 보완수사권에 민감한 이유는 검사들이 공소청 보완수사권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완수사권은 사실상의 직접수사권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별건수사’가 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정치적 표적수사가 반복됐던 사례를 짚으며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별건수사를 자행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에 더해 강경파들은 정부의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에 담긴 내용과 보완수사권이 결합되면 사실상 수사·기소 분리가 실현되지 않을 위험성을 제기한다.
이 대목에서 강경파들은 모든 수사기관이 중수청에 중대범죄 수사개시를 통보하도록 한 정부안 규정에 주목한다. 공소청 검사에게 수사개시를 통보하고 의견 제시와 입건 요청을 하고 있다. 이런 조항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결합되면 폐지됐던 대검찰청의 ‘중수부’가 부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서지현 전 검사는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보완수사권은 직접 수사하는 것이고 어떤 이름을 붙이든지 직접수사권”이라며 “보완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면 예전보다 조금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수사를 개시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전 검사는 “형사소송법에 이미 동일성 범위 내에서만 수사하라는 ‘별건수사 금지 조항’이 있는데도 검찰은 이제까지 (별건수사를) 다 했다”며 “집중된 권력은 반드시 남용되고 절대 스스로 자제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페이스북
◆ 검사의 특사경 지휘와 겸직 '유지 vs 폐지'
정부안은 공소청 검사의 직무를 '영장 청구 및 집행 지휘', '재판 집행 지휘·감독' 등으로 규정하한다. 그러면서 범죄 수사에 관한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 지휘·감독까지 포함했는데 이를 두고도 견해가 엇갈린다.
정부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특사경의 수사에 대해 전문적 법리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검사들의 관여가 있어야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강경파들은 특사경 등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을 남겨놔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법무부의 검찰화를 막기 위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할구역에 한정해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다른 직위를 겸임할 수 없도록 규정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에서 한국거래소의 심리분석에 따라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을 때 금융의 경찰인 금감원이 이를 인지하고 독자적인 수사를 할 권한이 있었다면 김건희 등 검사 윤석열을 뒷배로 둔 주가조작범 일당은 당시에 검거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특사경 지휘권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공소청 조직구조 '3단 유지 VS 2단으로 줄여야'
정부안에 따르면 공소청 조직구조는 현재 검찰청처럼 '대-고등-지방' 3단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 지금의 '대검찰청-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에서 이름만 바꾼 셈이다. 그러나 강경파들은 고등공소청을 없애고 '공소청-지역공소청' 2단 체계로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에 검찰이 3단 조직으로 짜여진 이유가 자신들을 법원과 동급으로 인식하는 검사들의 그릇된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특히 고등검찰청은 현재도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만큼 고등공소청을 그대로 두는 것은 검사들의 '자리보존' 목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공소청은 '3단 구조'를 갖출 하등의 이유도 명분도 없다”며 “여타의 행정부 산하 기관과 동급으로 확실히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