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맥주 브랜드 전략을 다시 손질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맥주 라인업인 ‘크러시’와 ‘클라우드’를 묶어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라이트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라이트 맥주는 100ml 기준 칼로리가 30Kcal 이하인 맥주를 가리킨다. 즐거움 주는 요소들은 소비하면서 건강은 관리하고 싶어 하는 트렌드에 맞춰 칼로리 걱정 없는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국내 맥주 시장이 이미 주요 브랜드 중심으로 굳어져 있는 데다 라이트 트렌드 역시 시장에서 익숙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만큼 롯데칠성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와 크러시. ⓒ롯데칠성음료 홈페이지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맥주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며 브랜드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크러시와 클라우드를 하나의 브랜드로 합쳐 브랜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칠성은 2023년 크러시를 출시하면서 클라우드와 함께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맥아 100%, 아로마 홉 100%를 사용해 국내 일반 맥주와 차별화를 둔 클라우드를 프리미엄 라인에 두고 일반 맥주 시장에서는 청량감을 강조한 크러시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다만 두 브랜드 모두 상위 맥주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오비맥주의 카스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고 있고 그 뒤로는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켈리가 각각 2·3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국내 맥주 소비 자체가 줄어들면서 롯데칠성의 맥주 사업은 이중 부담에 직면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맥주 부문에서 매 분기마다 전년보다 30% 이상 매출이 감소하면서 연간 매출로도 518억 원을 내며 주류 매출 가운데서도 가장 큰 감소 폭(37.21%)을 보였다.
맥주 브랜드 경쟁력 약화 속에서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2024년에는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와 ‘클라우드 칼로리 라이트’를 차례로 정리했고 지난해 말에는 클라우드와 크러시의 납품용 생맥주(KEG)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역시 ‘클리어’와 ‘클리어 제로’를 정리하고 ‘클라우드 논알콜릭’ 브랜드로 통합했다.
이처럼 맥주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롯데칠성은 브랜드를 분산하기보다 하나의 대표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통합을 통해 마케팅 비용과 제품 운영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칠성은 재단장한 브랜드로 가장 먼저 라이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이 ‘헬시플레저’를 찾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논알코올·무알코올 맥주를 넘어 도수는 유지하되 칼로리는 낮춘 맥주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트 맥주 판매량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라이트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오비맥주 ‘카스 라이트’는 지난해 1분기 국내 가정 맥주 시장 기준 시장 점유율 4.9%로 일반 맥주를 제품들을 제치고 상위 3위권에 올랐다. 하이트진로가 2024년 선보인 ‘테라 라이트’ 역시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1천만 병을 돌파했고 한 달 만에 전국 대형마트 라이트 맥주 판매량 1위 오르며 시장 확대 흐름을 보여줬다.
하지만 라이트 맥주 시장에서도 이미 주요 맥주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롯데칠성이 차별화 전략 없이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류 업계에서는 10년 마다 맥주 시장 1위 브랜드가 바뀐다는 이른바 ‘10년 주기설’도 거론돼 왔지만 카스가 2012년부터 13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공식마저도 깨지고 있다. 롯데칠성이 넘어야 할 시장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해 라이트 맥주 콘셉트의 크러시 맥주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구체적 출시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