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이 지난해 일어난 경영권 분쟁과 기업회생 등 고난의 시절을 뒤로하고 새출발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회사 매각 계약이 이뤄지면서다.
경영권을 놓고 다퉜던 이양구 전 회장과 나원균 전 대표는 회사 내 영향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외삼촌과 조카 관계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컨소시엄에 참여한 태광산업은 이번 동성제약 인수로 제약업에 진출하게 됐다.
동성제약 이양구 전 회장(왼쪽)과 나원균 전 대표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성제약의 인수자로 유암코 컨소시엄이 최근 확정됐다. 컨소시엄에는 유암코와 태광산업이 참여한다.
매각대금은 인수대금 1400억 원, 경영정상화자금 2백억 원 등 1600억 원이다. 이 자금은 신주인수(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7백억 원, 전환사채 인수대금 5백억 원, 회사채 인수대금 4백억 원으로 구성된다.
매각대금은 동성제약의 경영체제 개편과 사업 구조조정에 쓰일 예정이다.
앞서 동성제약은 지난해 11월7일 유암코와 조건부투자계약을 맺었다. 이후 스토킹호스 입찰 방식(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있는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추가 입찰서 접수를 진행한 끝에 유암코를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해 12월19일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이어 올해 1월 유암코와 정식 투자계약을 맺었고, 이후 컨소시엄 당사자가 유암코에서 유암코제약산업제1호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로 변경되는 과정을 거쳤다.
동성제약은 계약 내용을 담은 최종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2월 초 회생법원에 제출했고,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3월18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다.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동성제약 쪽도 “채권 100% 변제, 기존 주주의 지분 감자 없는 인수 등의 내용이 담긴 만큼 부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 참석 주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성제약의 경우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 주주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경우 주주의결권이 제한되고 주주 지분 일부 또는 전체가 무상소각된다. 2025년 9월 말 현재 동성제약의 자산은 1495억 원, 부채는 1053억 원이다.
회사 매각이 종료되면 동성제약의 경영권은 새 주인에게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유암코와 태광산업 쪽 인사들로 경영진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태광산업 쪽이 대표이사를, 유암코 쪽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추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양구 전 회장과 나원균 전 대표는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특히 현재 회생법원이 임명한 공동관리인을 맡고 있는 나 전 대표 역시 실질적인 경영권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관리인의 임기는 회생계획안 인가결정일로부터 60일까지다.
현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 역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라 지분율이 대폭 희석되며 영향력을 잃게 될 전망이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지난해 이 전 회장과 손잡고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면서 이 전 회장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브랜드리팩터링은 동성제약이 지난해 6월23일 기업회생 개시결정을 받은 후 수차례 개시결정 취소소송, 회생절차 폐지신청 등을 냈으나 모두 기각됐다.
다만 유암코 컨소시엄이 기존 주주의 감자는 추진하지 않는 만큼 브랜드리팩터링과 이 전 회장, 나 전 대표는 낮은 지분율이라도 주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셋의 현재 지분율은 각각 10.59%, 3.25%, 2.88%다.
이번 동성제약 인수합병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태광산업이다. 태광산업은 최근 애경산업 인수, 화장품 자회사 ‘실’ 설립으로 뷰티 산업에 뛰어들었고, 이번 동성제약 인수로 제약업에까지 발을 넓히며 신사업을 적극 확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유암코가 부실기업에 투자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지분을 매각하며 엑시트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결국 동성제약은 태광그룹 소속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동성제약 외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다툼 이야기
동성제약 경영권 분쟁은 이양구 전 회장이 2025년 4월 자신의 동성제약 지분 14.12% 전량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곧이어 이 전 회장은 나원균 당시 대표 등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냈다.
당시 이 전 회장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업계의 해석이 분분했다. 특히 그간 이 전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없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컸다.
이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의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자금 차입 성공을 조건으로 조카에게 대표이사를 넘겨주고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조카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어려운 상태가 됐다”면서 “회사를 정상화시킬 우량한 백기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랜드리팩터링이 부실한 회사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코스닥 상장회사인 셀레스트라(옛 클리노믹스) 백서현 대표의 개인회사였는데 2022년 창립 이래로 단 한 번도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다. 셀레스트라 역시 감사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거래가 정지됐을 정도로 당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2024년 갑자기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이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24년 3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이 선고된 후 2심 재판을 받고 있었고, 그해 10월 조카인 나원균 당시 부사장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줬다.
이 전 회장이 회사 장악 후 자신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었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브랜드리팩터링과 맺은 지분 매각 계약에 본인이 2년 후 경영권 지분을 되살 수 있는(바이백) 콜옵션을 포함시켰다.
나 전 대표는 5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나 전 대표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 전 회장 쪽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해석했다. 서울회생법원은 6월23일 동성제약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나 대표와 김인수 회생전문가를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 전 회장의 신청으로 9월12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나 전 대표는 대표이사 자리를 지켰다. 이 전 회장 쪽이 제출한 해임 안건이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지 못해 부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시주총에서 이 전 회장 쪽 이사들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면서 나 전 대표는 이사회를 거쳐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다만 법원이 선임한 공동관리인 자리는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