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답에 따라 미군이 직면한 위험 상태와 갤런당 4달러 선에 육박한 휘발유 가격의 추세가 결정된다. 사태가 수일 내로 진정될지, 아니면 수개월간 이어질지 판단할 결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트럼프는 그간 경제적 파국이 예상될 때마다 자신의 선언을 번복해왔다. 그런 트럼프의 모습을 두고 '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는 조롱 섞인 별명까지 탄생했다.
그러나 경제 및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이란과 벌이는 전쟁에서 설령 그가 물러선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막대한 피해는 쉽게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수석 경제자문관이었던 제이스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오늘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이미 막대한 자원이 소모됐고,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타격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앞으로도 유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떤 경우든 우리는 이미 대가를 치렀고 앞으로도 계속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백악관 관계자들은 허프포스트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전쟁이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탄·미사일·드론으로 이란을 언제까지 공격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는 이전에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란 정권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알리 하메네이의 자리를 그의 아들로 대체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주말 동안 이란은 트럼프의 예상대로 움직여 모자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 지도자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CBS 뉴스 인터뷰에서 "전쟁은 거의 완전히 끝난 것 같다"며 "그들은 해군도, 통신망도, 공군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TACO'라는 표현을 만든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트럼프가 곧 후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9일 주식 시장은 배럴당 원유 가격이 120달러 이상으로 급등한 후 90달러 아래로 급락한 뒤 상승 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대다수 전문가가 정치적 반발을 우려해 지상군 투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 예상하는 가운데, 신보수주의 학자이자 브루킹스 연구소 분석가인 로버트 케이건은 이와 상반된 견해를 내놓으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케이건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내내 승리를 선언할 기회가 있었으나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패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메네이를 그의 아들로 교체하기 위해 이 일을 벌인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계속해서 지상군 투입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는 재앙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로서는 그게 트럼프의 의도라고 본다"며 "1주일 동안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면 그의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며칠간 페르시아만에서 원유가 시추되고 추가 악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미국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미국의 글로벌 평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향후 수개월, 수년을 넘어 영구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여러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폭격과 미사일 공격이 시작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미국 미사일이 이란 군사기지 인근 학교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약 175명을 살상했다. 초기 몇 시간 동안 미군 병사 7명이 사상했다. 그 직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상당 부분이 차단되었고, 이후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해당 지역 전역의 석유·가스 인프라를 대상으로 공격을 이어갔다.
짐 타운센드는 국방부와 나토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중도좌파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에서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 타운센드는 "중동에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정상'이 도래할 것이며, 더욱 강경해지고 복수를 갈망하는 분노하고 불만을 품은 이란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운센드는 이어 "걸프 국가들은 무장 경쟁에 나설 것"이라며 "석유 거래는 재개되겠지만 빠르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이란이 유조선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거나 기뢰를 설치할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직 국가안보 관계자는 트럼프가 이란 공격을 중단한다고 해서 석유 거래가 재개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한다면 선박 회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는 상승세에 올라탄 경제를 둔화시켰다. 지난해 4월 트럼프의 소위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일자리 증가세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연방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는 9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란 전쟁은 급등하는 석유 비용을 이 혼란에 더해 미국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4달러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으며, 많은 분석가들은 이 선이 곧 깨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10일 아침 원유 58%, 영국산 천연가스 109%라는 급격한 상승폭을 보여주는 차트를 제시하며 미국이 현재 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란은 완벽히 준비됐다. 우리 역시 많은 깜짝 선물을 준비 중"이라며 트럼프의 '장대한 분노' 공격을 "장대한 실수 작전"이라고 조롱했다.
이란의 대응 여부보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의 행보가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불확실성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경제학자 마크 잔디는 "특히 이란 정권이 권력을 유지한다면 경제적 여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에 지속적인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분쟁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해 비즈니스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학교 경제학자는 전쟁 종식 후 한동안 여파가 예상될지라도 전쟁을 끝내는 것이 국가와 세계에 더 낫다고 말했다.
울퍼스는 "무모한 선택을 되돌리는 것이 되돌리지 않는 것보다 항상 낫다"며 "하지만 양쪽 모두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트럼프가 무모한 모험을 시작하면?'이라는 시나리오를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며 "현재 중동 전쟁 속에서 경제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투자를 했지만,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투자를 하지 않았거나 연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한다"며 "다음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김나영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