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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입 너무 작은데?”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시작된 농담 한마디가 뜻밖의 ‘버거 먹방 챌린지’로 번졌다. 한 최고 경영자(CEO)의 어색한 햄버거 한입이 인터넷 밈(meme)이 되고 경쟁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일종의 콘텐츠 경쟁으로 확산된 것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가 올린 짧은 영상이었다. 그는 신메뉴 ‘빅 아치 버거’를 소개하며 직접 시식하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SNS)에 공개했다.

문제는 ‘첫 한입’이었다. 그는 “정말 맛있다”고 말했지만 망설이는 눈빛으로 햄버거를 바라본 뒤 아주 작은 한입 베어 물었다. 이 장면을 본 누리꾼들은 “지금까지 본 가장 작은 한입”, “독약을 먹는 것 같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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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가 현지시각으로 4일 본인의 SNS채널을 통해 맥도날드의 신제품을 먹는 모습을 공유했다. 사진은 영상 속 크리스 CEO가 햄버거를 먹고 있는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CEO의 어색한 시식 장면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사례처럼 조명됐지만 밈으로 재탄생하면서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밈으로 확산되면서 오히려 패스트푸드 업계 전반에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햄버거 먹방 장면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은 공개 24시간 만에 28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넘어섰고 다른 SNS에도 퍼지며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햄버거를 먹는 패러디 영상도 이어졌다.

인터넷 밈으로 번지자 경쟁사들도 ‘맥도날드 놀리기’에 합류했다.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 CEO들은 앞 다퉈 햄버거를 크게 베어 무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이 밈에 참여하고 있다. 

톰 커티스 버거킹 CEO는 주방에서 대표 메뉴 ‘와퍼’를 크게 베어 무는 영상을 공개했다. 입가에 소스가 묻는 것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영상 말미에는 이런 한마디를 덧붙였다.

“딱 하나 부족하네, 냅킨.”

짧은 농담에는 이게 ‘진짜 햄버거 먹는 모습’이라는 도발이 담겼다. 

여기에 웬디스도 가세했다. 피트 수어켄 웬디스 미국 사장은 ‘베이컨네이터’를 먹는 영상을 올리며 “진짜 음식을 먹을 때는 좋아하는 척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결국 한 CEO의 어색한 한입이 패스트푸드 업계의 SNS 콘텐츠 경쟁을 촉발한 셈이다.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던 장면이 오히려 업계 전체의 화제를 만들고 브랜드 노출을 확대하는 이벤트로 작동한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실수나 약점, 어색한 순간까지 콘텐츠로 소비하는 방식은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 ‘취약성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일기획의 전략인사이트그룹 ‘요즘연구소’는 ‘취약성’을 Z세대를 겨냥하는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키워드로 제시했다. 경제적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성장한 Z세대에게 취약성은 숨겨야 할 약점이 아니라 드러낼수록 신뢰를 얻는 ‘능동적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요즘연구소는 이러한 변화가 개인을 넘어 기업과 브랜드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선망을 자극하는 이미지 마케팅이 주류였다면 그 뒤엔 진정성이 강조됐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브랜드의 약점이나 어색한 순간까지 드러내는 ‘취약성’ 자체가 신뢰를 만드는 전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마케팅에서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롯데리아는 최근 유튜버 침착맨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침착맨은 과거 방송에서 롯데리아 메뉴를 두고 “롯스럽다”, “근본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조롱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보통 기업이라면 피할 만한 인물을 오히려 광고의 얼굴로 세운 셈이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 유튜브 채널 ‘리아버거가게’에서는 침착맨이 제품을 신나게 비판하고 이를 지켜보는 법무팀 직원이 굳은 표정을 짓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영상은 조회 수가 270만 회를 넘겼고 이후 공개된 ‘침착맨 롯데리아 컨설팅’이나 ‘알바 체험’ 영상도 각각 100만 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브랜드를 비판했던 인물을 끌어안으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놀릴 줄 아는 브랜드’라는 유쾌한 이미지를 만든 셈이다. 실제로 이러한 마케팅은 소비로 이어졌다. 이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면서 목표 대비 210%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박미리 제일기획 요즘연구소 소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에서 취약성을 선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평판 관리를 넘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차별화 전략”이라며 “이는 브랜드의 상처까지 포용하는 “찐팬”과의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우월적 지위를 선점하는 가장 능동적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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