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2년차에 접어들며 동시다발적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내 이민 폭력단속 논란으로 초대 내각에서 처음 장관이 경질된 데 이어, 미국 연방대법원은 상호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렸다. 여기에 애초 손쉽게 승리를 예상했던 이란 전쟁도 쉽게 끝나지 않을 기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삼각 파도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시다발적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만평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마크웨인 멀린 오클라호마주 상원의원을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이민정책 실패 인정, 후속조치에 대한 미국 내 기대감은 낮아
크리스티 놈 장관의 교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첫 번째 장관 경질로 그동안의 이민자 정책에 대한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크리스티 놈 장관 체제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 의한 민간인 총격사건이 벌어져 이번 해임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네소타에서는 올해 1월 ICE 요원들이 알렉스 프레티와 르네 굿 등 미국 시민권자2명을 잇달아 사살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해 12월에는 시카고에서 이민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둘러 싸였다는 이유로 국경순찰대가 차량 안에 앉아 있던 여성 마리마르 마르티네스에게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캐나다 국영매체 CBC 뉴스는 “크리스티 놈 장관의 퇴장은 논란이 된 이민단속 전술에 대한 거센 항의와 소송이 잇따르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는 크리스티 놈 장관을 두고 사퇴를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하원의원의 발언에 주목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최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크리스티 놈 장관을 두고 “당신은 미국 정부를 국민을 향한 무기로 바꿔놓았다”며 “국토안보부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을 찌른 것은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Chuck Schumer)의 발언이 꼽힌다.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은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정책 문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과 기관 전체를 바로잡고, 폭력을 멈추고, ICE를 통제하지 않는 한 어떤 사람도 이런 부당한 상황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티 놈 장관의 교체를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특사로 임명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후임 국토안보부 장관 체제에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티 놈 전 장관은 훌륭히 일해왔고, 국경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며 “그는 이제 플로리다 도랄에서 우리가 토요일에 발표할 서반구의 새로운 안보구상인 ‘아메리카의 방패’ 특사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이은 대체관세 위법 제소, 트럼프에 불리한 상황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연방대법원 모습.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표적 경제정책이자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관세정책에서도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가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예산모델센터는 IEEPA에 따른 상호관세 취소로 최대 1750억 달러(한화 약 252조 원)의 환급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아랑곳 하지않고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대체관세를 추진해왔지만, 이마저도 미국 내 24개 주가 무효를 주장하면서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24개 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체관세에 근거로 꼽은 법률은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등 제한된 상황에서만 관세부과를 허용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무역적자와 다른 개념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관세로 인한 비용의 90%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전가됐다는 분석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나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또 다른 가격 인상을 강요함으로써 실패한 경제정책을 더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추가제소로 대체관세가 무력화된다면 정치적 부담뿐 아니라 정부차원의 재정적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 트럼프 5주 종전 낙관론은 의문에 휩싸여
미국 항공모함 전단.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 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개시한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도 신경 써야 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공습 몇 시간 만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4~5주 안에 군사작전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장기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잔 말로니 외교정책담당 부소장은 CNBC와 나눈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란 공습은 백악관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며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가 사망했더라도 이란이 역내 전선에서 확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스크 분석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에른 솔트베트 중동연구원은 “미국은 매우 신속한 공격과 종결을 원하지만 이란은 광대한 국가이고 인구도 많으며 포괄적 안보기구를 갖추고 있어 우리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란 정권을 해체하고 임시해결책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