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 자식을 잃은 한 이란 어머니는 아이가 평소 메고 다니던 가방과 책을 들어 올리며 울부짖었다. 공습이 7일째 이어지면서, 이란의 학교와 병원 등 교육·의료 시설이 잇따라 파괴됐다. 여성과 아이들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아이를 잃은 이란 여성의 모습(좌),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초등학생들의 관이 놓일 무덤의 모습(우) ⓒPress TV
눈물로 이어진 장례 행렬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이던 학생과 교사 17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지난 3일에는 숨진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합동 장례식이 열렸다. 기도와 울음소리가 뒤섞인 거리에서 아이들의 사진과 관을 든 추모객들이 거대한 행렬을 이뤘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초등학생들의 관이 운구되고 있다. ⓒPress TV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초등학생들의 관이 운구되고 있다. ⓒPress TV
지난 3일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이란 학생 175명을 추모하는 합동 장례식의 모습. ⓒPress TV
학교와 병원을 덮친 공습
이번 공습의 피해는 학교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간디 병원 건물도 파괴됐다. 북서부 서아제르바이잔주의 혈액수혈기구 건물 역시 공습을 피하지 못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보도에 따르면 의료진은 파괴된 간디 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들을 급히 구급차로 옮겨야 했다. 인큐베이터와 응급 수술 시설을 잃은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이들은 산모와 신생아다. 부모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체외수정 센터 역시 공습으로 파괴됐다.
지난 1일 공습으로 파손된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 간디 병원의 모습. ⓒPress TV
병원 붕괴는 단순한 건물 손실을 넘어, 지역 사회에 장기적인 인도적 위기를 초래한다. 의료 공백이 생기면 예방 가능한 합병증조차 치료할 수 없어 영아 사망률이 급증할 수 있다. 실제로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전 세계 신생아 사망의 약 40%가 분쟁이나 취약 상황에 놓인 국가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병원이 파괴되면, 생명이 태어날 기회와 막 태어난 아이들이 살아갈 최소한의 의료 안전망이 동시에 사라진다. 이는 지역 의료 시스템의 심장이 멈추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더해 여성과 아이들은 생명의 위험, 치료 공백, 심리적 트라우마, 교육 기회 상실이라는 연쇄적 피해까지 겪게 된다.
도시에 떨어진 폭격
이러한 피해는 도시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도시 내부에 군사시설과 민간 시설이 밀집해 있어 공습 시 민간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습이 발생한 미나브의 여자 초등학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시설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괴된 간디 병원 역시 상업시설과 주거지역이 밀집한 테헤란 도심에 자리한 민간 의료시설로, 도심 공습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이란의 어린 소녀가 치료를 받고 있다. ⓒPress TV
미국 소재 인권단체인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 전역에서 170차례 이상의 공습이 발생했다. 5일 기준 민간인 사망자는 1168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194명은 어린이다. 민간인 사망자 6명 중 1명이 어린이인 셈이다. 부상자는 5402명에 이른다.
보호구역마저 무너진 전쟁의 그림자
특히 학교와 병원 주변은 분쟁 지역에서 대피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민간 시설 파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국제인도법상 병원과 학교 같은 민간 시설은 전쟁 중에도 보호받아야 하는 시설이다. 1949년 제네바협약은 교전 당사자가 민간 대상과 군사 목표를 구별해야 하며 의료시설과 교육시설을 특별히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실과 병실까지 무너진 이번 공습은 전쟁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