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 명품, 한정판, 반도체 부품까지. 중고거래 시장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안쓰는 물건의 '처분'을 넘어 쏠쏠한 수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의 성지로 화려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명품 의류나 한정판 신발이 중심이던 리셀 시장의 '투자 품목'들도 확장되고 있다. 골드바와 실버바, D램 같은 실물 자산, 부품까지 희소성이 있는 모든 것이 투자 대상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란 사태에 대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 현물 가격이 3일 오전 10시51분 KRX 금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5.34% 오른 1g당 24만9900원에 거래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삼성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최근 1~2월 자사 플랫폼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변화가 수치로도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같은 기간 ‘골드바’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거래량은 222% 늘었다. 품귀현상이 이어진 ‘실버바’는 같은 기간 검색량이 776%, 거래량은 600% 이상 폭증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귀금속 가격 상승이 있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금값은 4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은값은 두 배 이상 오르며 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실물 자산을 직접 확보하려는 개인 투자 수요도 함께 늘고 있는 분위기다.
투자 대상은 귀금속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D램 가격이 오르자 ‘램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중고나라에서 ‘메모리’, ‘DDR4’, ‘DDR5’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7.6배 늘었고 거래량은 최대 9배 증가했다. D램을 단순 PC 부품이 아닌 ‘작은 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명품 리셀 시장 역시 여전히 활발하다. 소비자의 관심이 가방이나 의류 중심에서 주얼리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 중고나라에서 올해 1~2월 수입명품 카테고리는 거래량과 거래 금액은 모두 70% 넘게 증가했다.
유튜브 채널 ‘청담 보석이모(구독자 1.26만명)’는 “결제하는 순간부터 감가를 이겨내는 것이 주얼리”라며 “가죽 제품은 사용감이 남지만 주얼리는 닳지 않고 장기 보관이 가능해 명품 재테크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샤테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샤테크는 명품 브랜드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가격 인상이 잦고 브랜드 가치가 탄탄한 명품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흐름을 말한다.
안선영 배우도 유튜브 채널에서 “명품은 그 해에만 나오고 단종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가치가 오른다”며 “실제로 10~20년 전 모델이 당시 가격보다 1천만 원 이상 비싸게 거래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희소성과 리셀 가치가 높은 한정판 상품 역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한정판 피규어와 레고, 굿즈 등 취미·수집용 카테고리 거래량은 올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었고 거래 금액은 225% 증가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최근 중고 거래는 단순 처분이 아니라 자산 가치와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실용주의와 안전자산 선호가 맞물리면서 자산형 상품 거래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