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 클래식’이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연일 매출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던 ‘수동 전투’와 ‘착한 과금’ 약속이 정식 출시 직후 뒤집히면서, 전작을 통해 겨우 회복세를 보이던 유저들의 신뢰가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신작 '리니지 클래식' 흥행 돌풍으로 연일 매출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리니지 클래식의 역대급 성과, 현세대에도 통했던 ‘클래식 경험’
리니지 클래식의 초반 성적표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2026년 2월7일 오픈한 리니지 클래식은 출시 20일 만에 누적 매출 400억 원을 돌파했다. 일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21억 원 수준으로, 2만9700원의 월정액 중심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비즈니스모델(BM)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수익성을 입증하고 있다.
흥행 지표도 뜨겁다. 최대 동시접속자는 원작인 오리지널 리니지보다 높은 32만 명을 넘어섰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한 PC방 점유율 역시 2월25일 기준 9.63%를 기록하며 국내 PC 게임 가운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 자동사냥·추가 BM 없다더니, 하루아침에 뒤집힌 약속과 기만 논란
문제는 흥행 축포 이면에서는 일부 유저들의 불만이 급격하게 끓어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당초 리니지 클래식을 '수동 플레이 중심'의 원작 경험 강화 콘셉트로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정식 오픈과 함께 특정 지역에서 자동으로 사냥, 물약 사용, 버프 및 마법 사용을 수행하는 ‘ATS 자동 플레이 시스템’ 도입을 공지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수동 육성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클래식을 내세운 게임에서 자동사냥 도입은 정체성 훼손이자 소통과 실행의 괴리”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가장 큰 뇌관은 BM이다. 엔씨소프트는 2월11일 월정액 전환 시점을 앞두고 “추가되는 BM 없이 게임 본연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서비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정식 오픈과 동시에 유료 아이템인 ‘신비의 큐브’와 ‘속죄의 성서 상자’를 출시했다. 계정당 월 10회, 1회 3천 원에 판매되는 ‘신비의 큐브’는 확률형으로 물약과 버프 아이템 등을 제공하며, 10회 구매 시 핵심 아이템인 무기·갑옷 마법 주문서를 얻을 수 있는 ‘신비의 행운 상자’를 지급한다. 사실상 매월 3만 원의 추가 결제를 유도하는 이중 과금 설계인 셈이다.
리니지 클래식 커뮤니티에는 “캐시템 없다더니 정식 출시 첫날부터 파는 것은 소비자 기만”, “페이 투 윈(P2W)으로 가는 전조”라며 약속 위반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 ‘아이온2’로 쌓은 소통의 탑, 리니지 클래식으로 허무나
한쪽에서는 이번 논란이 전작인 ‘아이온2’를 통해 힘겹게 쌓아 올린 신뢰를 단숨에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온2 역시 출시 초기 과도한 BM 논란이 일었으나, 개발 PD와 사업실장이 직접 라이브 방송에 나서 과금 구조를 조정하고 작업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당시 유저들은 “엔씨가 달라졌다”며 환영했고, 이는 실적과 인지도 향상으로 직결됐다.
하지만 리니지 클래식의 약속 번복으로 인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엔씨가 다시 예전 그 기업으로 돌아갔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클래식이라는 타이틀조차 BM을 끼워 넣기 위한 포장이었다는 조소도 나온다.
실제로 리니지M의 유명 과금 유저인 스트리머 ‘여포왕’은 최근 대형 게임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믿음이 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한 번 속으면 피해자, 두 번 속으면 바보, 세 번 속으면 공범, 네 번 속으면 리니지 유저”, “20년 동안 저렇게 장사하는데 당하는 중이면 사실상 즐기는 것”이라는 날 선 댓글들이 압도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 엇갈리는 시선, “댓글은 20대가 달고 게임은 40대가 한다” 비판 과대표집 지적도
다만 한쪽에서는 리니지 클래식을 비판하는 여론이 과대표집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고 지갑을 여는 40대 유저들은 큰 불만이 없는 반면, 엔씨소프트를 향한 신뢰도가 낮은 20대 유저들 위주로 인터넷 비판 여론이 쏠려 있다는 것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댓글은 20대가 달지만, 게임은 돈 있는 40대가 한다”라며 “월정액 2만9700원 이외에 확률형 아이템이 추가되면서 일부 유저들의 악평이 쏟아졌지만 게임 트래픽(PC방 전체 사용시간 점유율 9.01%, 2위)은 출시 이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첫 PC 리니지가 1990년대에 출시된 게임인 만큼, 리니지 클래식의 주 타깃 유저층인 40대 이상과 현재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젊은 게이머들 사이에는 뚜렷한 체감 괴리가 존재한다”며 “엔씨소프트를 향한 맹렬한 비판 여론이 반드시 게이머 전체의 민심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