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화재 사고로 숨진 17살 예비 고교생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화재로 예비 고교생이 숨졌다, 사진은 화재가 발생한 집 내부와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자료. ⓒ연합뉴스
지난 2026년 2월 24일 새벽 6시 18분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파트 8층에서 시작된 화재는 주방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총 4명의 사상자를 냈다. 화재 당시 집 안에는 40대 어머니와 두 딸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안면부에 화상을 입었고, 화재 연기를 마신 둘째 딸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첫째 딸 김 모(17) 양은 베란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마가 덮친 8층 집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창틀도 부서졌다. 소방당국이 공개한 아파트 베란다 사진에는 불에 타다 만 책들이 널브러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밖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대피했다”라면서 “잠옷 차림으로 내려온 어머니가 ‘아이 한 명이 못 나왔다’라고 소방관에게 계속 말하고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숨진 김 양의 아버지는 화재 당일 일찍 출근해 집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때 줄곧 1등만 했던 딸”이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첫째 딸을 추억한 아버지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딸의 꿈이 의사였다. 의사가 꿈이었던 우리 아이를 위해 대치동으로 이사 온 지 5일 만에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나”라며 오열했다.
얼마 전까지 양천구에 거주하던 김 양의 가족은 아파트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이달 19일 입주했다가 변을 당했다. 김 씨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군지인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는데”라며 눈물을 흘린 김 씨는 “시집갈 때까지 아무 일 당하지 않게 지켜주려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나”라며 괴로움을 토해냈다.
김 양의 외할아버지도 손녀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외할아버지 A씨는 “근처에 살아서 주말마다 딸 집을 찾아 밥을 해 먹이던 손녀였다”라며 “알아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말도 잘 듣고 시키지 않아도 그냥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척척했었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이번 화재가 발생한 은마아파트는 4,424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조항이 의무화됐던 1992년보다 한참 이전인 1979년에 준공된 은마아파트에는 1~14층 전 세대 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은 화재 당시 연기로 깜깜해진 복도를 휴대폰 플래시에 의존한 채 대피해야 했다. 주민들은 “화재 경보 소리가 목소리보다 작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사고가 났을 때 단지 안에 이중 주차 등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지연됐다” 등 지적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날 소방당국과 진행한 현장 감식을 마친 경찰은 주방 조명 등 일부 전기기구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합선이나 누전 등 전기적 결함으로 인해 불이 났을 가능성을 규명하기 위해 국과수의 정밀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