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이른바 ‘뉴(New) 이재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지지 세력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뉴 이재명’을 자칭하는 지지층을 두고 이 대통령의 뛰어난 국정운영에 힘입어 민주당 지지층이 확장되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는 뉴이재명 당원모집 포스터와 뉴이재명 세력의 흐릉도. ⓒ엑스(X) 갈무리
그러나 ‘뉴 이재명’이 그동안 민주당의 뿌리를 지탱해온 전통적 지지층과 정면충돌을 벌일 조짐을 보이면서 당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의원모임’ 출범과 연결되면서 민주당 지지층 사이의 분열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 뉴이재명은 무엇?
‘뉴 이재명’은 과거 민주당 핵심이었던 운동권 세력이나 친노·친문 성향 지지층과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지지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민주당이라는 정당 자체보다 ‘정치인 이재명’의 실용주의적 행보와 추진력에 매료된 지지층으로 중도·보수 성향까지 포괄한다고 주장한다.
24일 뉴 이재명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린 뉴 이재명 모집 포스터를 살펴보면 ‘중도보수에 서 계신 분’, ‘효능감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는 문구와 함께 “현재 이재명 없는 민주당은 개판이다”라며 “뉴 이재명이 모이면 당을 빨아서 쓸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에서 60%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이 대통령 지지율과 40%대인 민주당 지지도 사이의 격차를 메꾸는 사람들을 ‘뉴 이재명’ 세력으로 보기도 한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실행력에 매료됐으며 진보적 가치나 민주당의 역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계층이라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추진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불발된 큰 이유도 이러한 ‘뉴 이재명’ 지지층의 반발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 이재명은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채 의식이 전혀 없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형 시사평론가는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정 대표가 합당을 추진할 때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뒤에 당원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지지층의 확장? 뉴 이재명은 갈라치기? 논란이 되는 건 ‘배타적’ 성향
민주당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일지 모르는 뉴 이재명 현상이 논란으로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민주당을 지탱해온 기존 지지층이나 유튜버, 정치인들을 ‘청산 대상’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뉴 이재명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방송인 김어준씨를 비롯해 유시민 작가, 조국 대표 등 진보 진영의 상징적 인물들을 ‘반명’(반이재명)으로 몰아세우며 공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문조털래’(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반이재명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민주당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지지하는 찐명(진짜 친이재명) 의원들로는 이언주·강득구 최고위원, 한준호 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한 반발로 기존 민주당 지지층들이나 친청(친정청래)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뉴 이재명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이를테면 “민주당의 역사와 가치를 부정하며 들어온 이들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존 민주당 지지층은 수십년 동안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지지하고 지원해 온 사람들을 이 대통령과 민주진영의 적으로 규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갈라치기’ 세력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최근 SNS에서 “‘찐’이나 ‘뉴’는 배제의 언어”라며 “진영을 지켜온 핵심 지지층을 ‘올드’로 규정해 배제하는 행위는 이재명 정부의 지지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해 행위”라 주장한 것이 이러한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한다.
◆ 민주당 지지층 주류 교체? 수습 못하면 오히려 분열만 가속화
그렇다면 ‘뉴 이재명’ 이라는 지지층이 정말로 민주당 지지층의 주류로서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기존 주류 지지층이나 세력을 ‘구태’로 규정한다면 오히려 뉴 이재명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무산이 꼭 뉴 이재명 세력의 영향 때문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지지층의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40·50대의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합당 문제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의원모임(공취모)까지 ‘뉴 이재명 대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뉴 이재명 성향을 띤 유튜브 채널이나 커뮤니티는 공취모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유시민 작가, 최강욱 전 의원과 새날 등 기존 민주당 지지층에 영향력이 큰 쪽에서는 공취모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뉴 이재명 흐름에 올라타 전통적 지지층과의 정서적 단절이 깊어진다면 오는 8월에 치러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내 갈등이 폭발하는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재까지 표출된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뉴 이재명 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은 다음 당 대표로 김민석 국무총리나 송영길 전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기존 민주당 지지층들은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에도 우호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신·구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23일 KBC 박영환의 시사1번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당에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큰 공백이 발생한 게 맞고 그 리더십을 어떻게, 누가 채우고, 통합적인 면모를 보이고 여당다운 면모를 보이는지가 과제인데 누구도 지금까지는 그런 면모를 못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