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가 8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과 서방 동맹국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서방이 중국을 외교적 대안으로 삼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아 중국의 외교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AI로 만든 이미지(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허프포스트코리아, 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총리(노동당)는 28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나흘간의 공식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영국 총리의 방중은 보수당 정부 시절이던 2018년 테리사 메이 총리 이후 8년 만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 최고 지도부와 연쇄 회담을 가진다. 영국 총리 방중단에는 금융·제약·제조·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곳이 넘는 영국 주요 기업과 기관의 최고경영자(CEO) 및 고위 임원들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머 총리는 베이징으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과 만나 중국발 안보 우려와 관련해 “정부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시각을 유지할 것”이라며 “국익에 부합하는 협력은 이어가되,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분명한 가드레일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극단적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가 부각되면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외교·경제 파트너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이번 스타머 총리의 방중을 두고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진 방문”이라며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을 찾는 서방 정상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 잇따라 방중했다. 다음 달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방중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3대 강국(독일, 프랑스, 영국)이 모두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선 형국이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특히 영국과 캐나다는 오랜 기간 중국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쇄 방중은 더욱 주목된다. 외교·경제 전반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