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공천비위’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내 초선의원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20여년 전 당내 기득권에 맞서 ‘정풍운동’을 일으켰던 이른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의 결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 모임인 더민초가 2025년 12월2일 국회 소통관에서 1인1표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공천비위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7일 정치권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비위 의혹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의 자진탈당 등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사실상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최고령이자 5선 의원인 박지원 의원이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에서도 12일까지 감찰 결과를 기다린다면 너무 늦다”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시려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오늘 12일 김 전 원내대표의 공천비위 의혹과 관련해 첫 회의를 연다. 3선인 박주민, 권칠승 의원 등도 최근 김 전 원내대표의 자진 탈당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 모임인 ‘더민초’가 매번 당내 문제에 대해 침묵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는 ‘1인1표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이어지자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숙의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00년 초반 새천년민주당 내부에서 정치개혁 운동인 '청풍운동'을 이끌었던 (왼쪽부터)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일찍이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000~2001년 재선의원 세 사람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개혁을 요구하는 ‘정풍운동’을 일으켰다. 김대중 정부 지지율이 20% 아래로 추락하자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대통령 측근의 인사 개입을 비판하며 2선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2000~2001년 정풍운동은 이른바 ‘구태정치’를 타파한다는 명분이 뚜렷했다. 당시는 김대중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를 형성한 동교동계 정치인들의 전횡이 실제 심각했다. 이에 천·신·정 세 사람은 국민경선제 도입, 상향식 공천 등을 전면에 내세웠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정청래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시스템 결함을 교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이 ‘판을 갈아엎자’고 나설 명분을 제대로 세우리 어렵다. 당내 가장 민감한 사안에 섣불리 나섰다가 야당 및 보수 언론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지난해 총선 이전 이재명 당대표를 내부에서 비판하면 보수언론이 확대재생한 하는 구조가 굳어져 있었다.
다만 정청래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이번 공천비위 의혹은 '휴먼 에러‘(개인의 일탈)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초·재선 의원들이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당내 자정기능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6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옛날의 민주당이었으면 지금 정풍 운동이 나오고 막 성명 나오고 이래야 된다”라며 “새로 정치 시작했다는 초선 의원들의 패기는 다 어디 가고 다 눈치 보는 직장인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