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은 이제 익숙해져 더 이상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경각심이 무디어졌다고 해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올해도 지구는 불타고 무너지고 잠겼다.
사진 자료. ⓒ어도비스톡
기후위기로 인한 미래 전망은 수많은 연구와 방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토대로 도출된 결과다. 이에 따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은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자, 더 이상 미루거나 외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편한 진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재난을 ‘지금 당장 나의 일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앗아갈 천재지변이 다음에는 누구에게, 언제 닥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火
사진 자료. ⓒ어도비스톡
2025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이 산불로 1만2401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고, 5만7174에이커(231.38㎢)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탔다. 이는 국제 규격 축구장 약 3만 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경상남도 통영시(239.91㎢)보다도 약간 작은 면적이다.
인명 피해 역시 컸다. 28명 이상이 숨졌고, 31명 이상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20만5000명을 넘어섰다. 경제적 피해는 최소 500억 달러(약 73조 원)에서 최대 2750억 달러(약 4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UCLA(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과학자들은 최근 분석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화석연료 오염이 이번 산불의 ‘연료’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없었더라도 산불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와 같은 규모와 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불길은 훨씬 작고 약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風
사진 자료. ⓒ어도비스톡
2025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섬과 스리랑카, 태국 등을 강타한 세 개의 사이클론(열대성 폭풍) ‘세냐르’, ‘디트와’, ‘코토’로 인해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체주를 중심으로 약 940명이 숨지고 270여 명이 실종됐다. 가옥 10만 채 이상이 파괴됐다. 이재민 규모는 수십만 명에 달한다.
도로와 철도가 끊기고 통신망이 마비되는 등 사회 기반시설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피해액은 약 40억 달러(약 5조8000억 원)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이클론 ‘세냐르’를 기후변화와 난개발이 맞물린 대표적인 극한 재난 사례로 꼽는다. 태평양 수온 변화로 비구름을 끌어올리는 라니냐 현상과 동남아 계절풍 몬순이 겹치며 기록적인 폭우와 강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썬웨이대학교 지구보건센터의 제밀라 마흐무드 박사는 “동남아시아는 앞으로 수년간 더욱 악화할 극한 날씨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土
사진 자료. ⓒ어도비스톡
2025년 5월에는 알프스 산맥 발레주 지역 블라텐 인근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작은 산촌 마을 대부분이 순식간에 쓸려 내려갔다. 이 산사태로 약 300명이 거주하던 블라텐 마을 면적의 90%가 토사와 암석에 매몰됐다.
다행히 산사태 발생 열흘 전 조기 경보가 발령되면서, 주민 전원이 대피해 대규모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당국은 위험성을 판단해 주민 약 300명과 양·소 등 가축까지 헬리콥터로 대피시키는 선제 조치를 취했다. 다만 60대 남성 양치기 1명이 실종된 뒤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유일한 사망자로 집계됐다.
이번 산사태는 최근 수십 년간 이어진 평균기온 상승으로 알프스 지역 빙하가 대규모로 붕괴되면서 발생했다. 녹아내린 얼음과 암석, 토사가 한꺼번에 마을 방향으로 쏟아져 내려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온난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100년 안에 알프스 빙하 상당수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경우 빙하 기슭에 자리한 산촌들이 산사태와 낙석 위험에 더욱 빈번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