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다시 돌아온’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취임식에서 제기한 국민연금의 ‘청년 공공주택 투자’ 방안을 둘러싸고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연기금이 공공주택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해외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국민연금이 공공주택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해외 사례에서도 연기금은 ‘장기 수익형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만큼 투자의 목적을 ‘정책 목표 달성’이 아니라 ‘수익형 투자’로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주 제19대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1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3일 허프포스트코리아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 이사장이 취임식에서 언급한 싱가포르, 네덜란드 사례 이외에도 연기금이 공공주택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해외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2017년 9월 룩셈부르크 공적연금기금(Fonds de compensation)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장려하는 시범 사업을 발표했다. 이 시범사업에 따라 룩셈부르크 동부에 위치한 그레벤마허에 임대주택단지가 건설되었으며, 2020년 11월18일 완공됐다. 이 임대주택단지 프로젝트는 룩셈부르크 공적연금기금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주택 기금(Fonds du Logement)이 개발과 임대 관리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룩셈부르크 주택부는 임대주택 프로젝트에서 FDC의 역할과 관련해 “FDC는 설립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적극적 역할을 해왔다”라며 “FDC는 주택기금, 국가저가주택공사(SNHBM)와 같은 주요 국가 기관들과 함께 저렴한 주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퇴직연금기금(Australian Retirement Trust) 역시 2022년 기관 투자 운용사 QIC, 브리즈번 주택공사 등과 대규모로 사회주택 및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을 찾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마이클 오브라이언 QIC 부동산 부문 전무이사는 "ART, 퀸즐랜드 주 정부, QIC, 그리고 브리즈번 주택 공사가 함께하는 이 특별한 파트너십은 퀸즐랜드의 사회주택 및 저렴주택에 대한 기관 투자를 위한 중요한 기회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지방정부연금공단(Local Government Pension Scheme) 역시 주택 공급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사회적투자 전문 언론 임팩트 인베스터는 올해 7월 옥토퍼스캐피털이 영국 지방 정부 연금 제도(LGPS) 3곳으로부터 자사의 저렴 주택 펀드에 1억 1800만 파운드를 추가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옥토퍼스캐피털은 사회주택, 저렴임대주택, 공동소유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뉴아치 홈즈(NewArch Homes)를 운영하는 옥토퍼스인베스트먼트의 기관 자산 운용 부문이다.
올해 1월에는 그레이터맨체스터연금기금(GMPF)이 영국 북서부 지역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리걸 앤 제너럴(L&G)이 개발 및 관리하는 투자 펀드에 1억 파운드를 투자하기도 했다.
다만 해외 사례에서도 연기금이 사회적 주택 공급 사업에 투자할 때는 정책·사회적 목표와 함께 반드시 ‘수익성’을 살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투자와 관련해 정책적 목적에 방점을 찍은 김 이사장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연금은 왜 심각한 한국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공공주택 투자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촉진해 인구절벽을 극복하고 연금 가입자를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공공주택 투자의 목적을 ‘결혼·출산 촉진을 통한 인구절벽 극복’과 연결해 설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 해외 연기금들이 공공주택 사업에 투자할 때는 명확한 수익성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니콜 브래드포드 ART 지속가능투자책임자는 ART의 주택공급 투자와 관련해 “이번 투자 기회가 퀸즐랜드의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200만 명이 넘는 회원들에게 실질적 장기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영국연기금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Pension Funds, 현 Pensions UK)는 ‘투자 통찰:사회적 주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사회적 주택 투자는 장기 물가연동 자산 투자와 비교될 수 있다”라며 “수익 측면에서 사회적 주택 채권은 물가연동 국채와 비교했을 때 투자자에게 1.5%~2.5%의 추가 수익을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NAPF는 보고서에서 복지정책 변화에 따른 세입자의 임대료 체납 위험, 규제 및 정치적 리스크, 자산의 유동성 부족 등을 연기금의 사회적 주택 투자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