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입건했다. 현직 대법원장이 입건돼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범죄 사실의 일부라도 밝혀진다면 대법원은 큰 곤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 기각을 통해 공수처의 강제 수사를 가로막아 수사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화요일 경기 과천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아시겠지만 저희는 고발이 되면 자동 입건되는 시스템이다. 참고하길 바란다”라며 “고발된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 특정된 사건이 아니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조 대법원장이 입건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사법농단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를 받았지만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대법원장을 사퇴한 다음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대법원장에서 물러났으며 2019년 1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공수처의 설명대로 조 대법원장은 여러 번 공수처에 고발됐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올해 4월29일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서울의소리·민생경제연구소·검사를검사하는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을 선고하자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현직 변호사 170여명이 만든 ‘사법쿠데타 저지 변호사단’이라는 이름의 단체도 지난 5월8일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내란특검도 조 대법원장 관련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이 회의를 가졌는데 계엄사령부에 사법권을 넘기는 내용을 다뤘는지 여부를 수사해달라는 것이다.
박지영 내란특검팀 특검보는 11월24일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수사 요청과 관련해 “범죄로 구성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며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통해 혐의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술접대 의혹을 받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서울 강남의 한 주점에서 지 부장판사가 동석자 2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 뒤 시민단체가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사건은 수사3부에 배당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지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팀에서 고민하고 결정하는 문제”라며 “처분 시기 여부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