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배우 이순재. ⓒ2024 KBS 연기대상
배우 이순재(90)가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건강 이상으로 출연하던 연극 작품에서 하차하고 그간 건강 회복에 집중해 왔는데, 이날 정정한 모습으로 등장해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11일 오후 ‘2024 KBS 연기대상’이 장성규, 서현, 문상민의 진행으로 방송됐다. 당초 ‘KBS 연기대상’은 지난해 생방송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생방송을 취소하고 녹화 방송으로 대체됐다.
이날 대상의 영광은 드라마 ‘개소리’의 이순재에게 돌아갔다. 그가 김용건과 백성현, 최수종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르는 사이, 후배 배우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뜨거운 축하를 나눴다.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KBS TV가 방송의 역사를 시작한 것이 1961년도 12월 31일이다. 제 기억은 그렇다”면서 “첫 작품은 ‘나도 인간이 되련다’였다. 작은 역할이지만 나도 출연했다. 그 이후로 쭉 KBS에서 활동하다가 TBC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배우 이순재. ⓒ2024 KBS 연기대상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배우 이순재. ⓒ2024 KBS 연기대상
이어 그는 “그 후에 KBS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적절한 배역이 없으면 출연 못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라며 늘 준비하고는 있었다”라며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특히 그는 “이 말씀을 덧붙이는 이유는, 그동안에 ‘대상’ 하면 이순신 장군 등 역사적 인물들이 많이 받았다. 우리 최수종 씨는 4번씩 받았다. 얼마든지 중복해서 줄 수 있다”라며 “미국의 캐서린 햅번 같은 배우는 30대 때 한 번 타고, 60 이후에 세 번 탔다. 우리 같으면 전부 공로상이었을 거다. 60이 넘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것이다. 공로상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또한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그것이 미국의 아카데미”라며 “이 상은 내 개인의 상이 아니다. ‘개소리’에는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 애들도 한몫 다 했다. 각 파트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이들이 최선을 다했다. 4시간 반이 걸리는 거제까지 20번을 넘게 왔다 갔다 하며 찍은 드라마다. 다 마찬가지”라고 함께한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순재는 13년째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의 제자들에게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할 학생들이 있다. 제가 아직까지 총장님이 배려해서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구체적으로 지도한다. 작품을 정한 뒤 한 학기 동안 연습해서 기말에 발표하는데, ‘개소리’ 촬영이 6개월 걸리니까 시간이 안 맞더라”고 미안해했다.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배우 이순재. ⓒ2024 KBS 연기대상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배우 이순재. ⓒ2024 KBS 연기대상
결국 그는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아서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교수 자격이 없다”고 했으나, 학생들에게 돌아온 말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 가르쳐주신 대로 만들어 내겠습니다”였다고. 이순재는 “그 말에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겠다. 감사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이순재는 시청자들을 향해서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가 “이 자리까지 와서 격려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집에서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 정말 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자, 이를 지켜보던 후배 배우들은 기립 박수를 치는 모습으로 이순재를 향한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