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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어둠을 가르며 목포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카페리선 퀸제누비아에 차량을 선적하고 객실로 향했다. 퀸제누비아는 새벽 1시에 항구를 떠난다. 5시간 동안 따뜻한 객실에서 한숨 푹 자고 나오니 제주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한창이다. 약 1년 전인 지난 2022년 12월, 아직은 서슬 퍼런 육지의 겨울에서 바다 건너 온화한 봄처럼 따스한 제주를 만났다.

제주 캠핑 여행 중 제주시 구좌읍 안돌오름에 잠시 머문 모습. 이곳에서 차박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겨레/홍유진 여행작가
제주 캠핑 여행 중 제주시 구좌읍 안돌오름에 잠시 머문 모습. 이곳에서 차박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겨레/홍유진 여행작가

비양도 ‘3대 백패킹 성지’

티브이엔(tvN) 예능 ‘텐트 밖은 유럽’은 유해진·진선규·윤균상의 좌충우돌 유럽 캠핑 여행기를 다룬다. 먹는 것으로 시작해 먹는 것으로 점철되는 우리나라의 캠핑 정서와는 사뭇 달랐지만, 시청자들이 호응한 이유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것을 만나는 ‘여행의 향기’가 더해졌기 때문일 테다.

여행을 좋아하던 내가 캠핑에 푹 빠지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의 특성도 그렇지만 개인적인 여행도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어디든 움직이려면 필연적으로 숙소를 찾아야 했는데, 차박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길 위에 차를 세우기만 하면 어디든 집이 되어주었으니까. 차박이 여행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그렇게 시작한 캠핑이 그동안 텐트박, 비박, 오토캠핑, 오지캠핑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게 해주었다. 캐러멜마키아토의 달달함이 좋아 마시기 시작한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게 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는 캠핑도 시기·장소·테마에 따라 자유자재로 즐긴다.

이번 캠핑의 테마는 제주 차박 여행으로 결정했다. 제주에는 겨울에도 유채가 아름답다. 유채꽃이 핀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고, 숲속에 나만의 작은 집을 짓고서 인증샷을 찍어도 좋은 시간들. 잠깐씩 머물며 근사한 곳을 찾아 나비처럼 옮겨 다니는 차박 여행을 추천한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겨울 날씨라 제법 춥다. 난로까지 챙기려면 확실히 텐트박은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터. 난방 면에서도 차박이 훨씬 유리하다.

제주는 캠퍼에게 낙원과도 같은 곳이다. 에메랄드빛 일렁이는 바닷가부터 한겨울에도 초록빛으로 이국적인 느낌 가득한 숲속 캠핑장까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중산간에 있는 돈내코 야영장, 모구리 야영장 그리고 교래자연휴양림은 나무에 둘러싸여 포근함을 만끽할 수 있다. 자리만 잘 잡으면 시가지와 함께 한라산, 제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따로 없다. 바다 전망 야영장은 도처에 널렸다. 이호테우해변, 김녕해변, 화순리 금모래해변, 표선해변, 협재해변 등 당장 떠오르는 곳만 이 정도. 상시 무료로 운영되는 야영장이 많다. 제주 바다는 어디를 선택해도 실패가 없다.

야영객들이 텐트를 친 제주 비양도 해변 모습. ⓒ한겨레/홍유진 여행작가
야영객들이 텐트를 친 제주 비양도 해변 모습. ⓒ한겨레/홍유진 여행작가

가족 캠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제주 동쪽의 함덕서우봉해변야영장과 서쪽의 금능해변야영장이다. 이곳엔 계절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말끔하게 정비된 산책로가 있고 비수기에도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관리돼 있다. 야영장에 있는 야자수는 제주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함덕서우봉해변야영장은 차박과 오토캠핑, 텐트박까지 다양한 형태의 캠핑이 가능하다. 개수대와 화장실 인근에 마련된 너른 주차장도 캠핑카 여행객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한다. 금능해변은 일몰 명소로 소문난 만큼 해질녘이 특히 아름답고, 협재해변과 가까워 비양도를 바라보며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 운치가 있다. 단, 금능해변야영장에는 차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텐트박만 가능하다.

우도에서 육로로 연결되는 섬 속의 섬, 비양도를 빼놓고는 제주 캠핑을 말할 수 없다. 대관령 선자령, 인천 굴업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3대 백패킹 성지 중 하나가 바로 비양도에 있기 때문이다. 세 곳 모두 서너 차례 다녀왔지만 그중 제일은 비양도다. 제주 특유의 색감을 지닌 이국적인 바다와 더불어 야생의 초원을 생각나게 하는 독특한 이곳은 가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진한 감동이 있다.

제주 서귀포시 산방산 유채꽃밭. ⓒ한겨레/홍유진 여행작가
제주 서귀포시 산방산 유채꽃밭. ⓒ한겨레/홍유진 여행작가

산방산에 가면 유채꽃이

예전에는 제주 유채꽃 피는 시기가 3~5월로 정해져 있었지만, 최근엔 품종 개량 및 파종 시기 조정으로 11월부터 5월까지 유채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때 이른 봄꽃 여행은 1월의 제주부터 시작된다. 제주의 유채꽃 명소라 하면, 전통적으로 산방산 유채꽃 단지를 떠올린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거대하면서도 근사하고 특이한 모양을 한 산방산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펼쳐진 샛노란 유채꽃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제주 여행 사진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고, 그만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사유지라 사진을 찍으려면 입장료(1천원)를 내야 하지만 그에 아랑곳없이 길게 한 줄로 늘어선 사람들이 입증하듯 이곳은 모두가 인정하는 제주 유채꽃 답사 1번지다.

최근에는 제주의 검은 현무암 지질이 돋보이는 유채꽃 명소가 인기다. 한담해안산책로 사이사이에 있는 유채꽃밭은 바로 앞에 제주도 푸른 바다와 파도가 넘실거린다. 다정한 사람들과 손잡고 자박자박 걸으며 들이치는 파도를 만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서우봉 둘레길을 따라 피어난 유채꽃밭은 소소한 하이킹 재미를 북돋운다. 현무암 계곡에 펼쳐진 노란 물결, 엉덩물계곡 유채꽃밭은 제주만의 분위기가 가장 잘 살아 있어 매력적이다. 사실, 이 시기에는 애써 유채꽃 명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듯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노란 물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주 이곳저곳을 탐방할 정도로 시간 여유가 없다면, 드라이브 중 마음 가는 곳에 잠깐 차를 세워 잠시나마 느긋한 마음으로 유채꽃을 즐겨도 좋을 일이다.

‘내 차로 제주 여행’ 알아두면 좋아요

1.제주로 떠나는 카페리는 목포항·진도항·완도항·녹동항·여수엑스포항에서 출발한다.

2.본인이 직접 운전해 선박 내 차량을 선적한다. 여유 있게 출발 90분 전에 완료하는 게 좋다.

3.예매는 ‘가보고 싶은 섬’이나 ‘제주배닷컴’ 누리집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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