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주 가까이 흘렀다. 그리고 얼마 전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입건됐다는 것이다. 밤새 이태원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며 가장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던 최 서장. 그는 참사 당일 마이크 쥔 손을 벌벌 떨며 브리핑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경찰은 '소방대응2단계' 발령이 30분 늦었다는 이유 등으로 최 서장을 입건했는데. 동료 소방관들, 그리고 여론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반응이다.
이처럼 '참사 책임론'에 의견이 분분한 와중에도 소방당국의 일은 늘과 같다. 신고가 접수되면 달려가 사람을 구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한다. 현장에 먼저 도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진짜 영웅이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소방관들이 주인공인 국내외 영화를 6편 소개하겠다.
타워링(미국, 1974)
'타워링' 포스터. ⓒ20세기 폭스, 워너 브라더스
'타워링' 국내판 포스터. ⓒ20세기 폭스, 워너 브라더스
"난 법을 어기지 않았어!" 135층 '글라스 타워'에서 건물주 '짐'(윌리엄 홀든)이 외친다. 불타오르기 시작한 '글라스 타워'에는 아직 탈출하지 못한 300여 명의 사람들이 있다. 책임이 없다 소리치는 짐과 달리, 건물 설계자 '더그'(폴 뉴먼)는 사람들을 도와 탈출구를 찾는다. 자신의 손으로 설계한 건물이니 만큼, 초대형 사고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책임이 있는 두 사람의 태도는 정반대다. 그리고 여기,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목숨을 걸고 '글라스 타워'로 뛰어들어 300여 명의 사람들 그리고 짐과 더그를 구하려는 영웅들이 있다. 바로 소방관이다.
샌프란시스코 소방구조대장 '마이크'(스티브 맥퀸)는 '글라스 타워'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헬리콥터에 매달리고 물탱크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등 갖은 고난을 다 겪는다. 마이크의 최대 적은 얼핏 보기에는 불길이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사람이다. 더그, 짐, 그리고 '로저'(리처드 체임벌린). '글라스 타워' 화재의 책임자다. 결국 사람이 일으킨 문제를 사람이 해결하는 이 영화는 제4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편집상, 주제가상을 수상했으며 1426만 달러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1억 16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타워(한국, 2012)
'타워'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한국에도 있다. 고층 빌딩, 불, 그리고 소방관이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타워>다. 베테랑 소방대장 '영기'(설경구)와 소방대원들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내용이다. <타워링>과 마찬가지로 <타워>에서도 재난의 원인은 사람이다. 불법 허가를 받고 헬기 띄웠다가 그 헬기가 건물로 떨어져 폭발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피해보는 건 엉뚱한 사람들이다. 건물에서 시설관리대원으로 일하는 싱글대디 '대호'(김상경), 그리고 푸드몰 매니저 '윤희'(손예진) 등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게 됐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타워>는 책임자의 책임보다는 소방관의 희생정신을 강조한 작품이다. 다른 이들을 보내고 뒤에 남기로 결정한 영기의 마지막 대사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널 살리려는 게 아니야. 네가 앞으로 살려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야. 명심하길 바란다."
반창꼬(한국, 2012)
'반창꼬' 포스터.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소방관이 주인공이라고 늘 무겁기만 한 건 아니다. 소방교 '강일'(고수)과 흉부외과 의사 '미수'(한효주)의 만남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 <반창꼬>도 있으니까. <반창꼬>는 생명을 다루는 두 직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진지함과 가벼움을 함께 가져가는 작품이다.
둘의 직업이 직업인 탓일까. 미수와 강일의 첫 만남도 범상치 않다. 미수가 오진을 내린 환자의 보호자가 그를 공격했고, 출동한 119구조대 강일이 코를 얻어맞는다. 둘의 데이트 장소는 강일이 출동하는 현장이다. 그중에는 냉동창고도 있으니 말 다 했다.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나 싶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갈등하는 부분이 결국은 '직업윤리'라는 점에서 <반창꼬>는 다른 로맨스 영화와 다르다. 또 소방관의 육체적 사투가 아닌 정신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타워>, <타워링>과는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사랑으로 서로를 치유하며 성숙해지는 의사와 소방관의 이야기, <반창꼬>다.
리베라 메(한국, 2000)
'리베라 메' 포스터. ⓒ시네마서비스
재난, 로맨스 코미디에 이어 이번에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소방 영화다. 45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2000년대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포문을 연 <리베라 메>는 차승원·최민수 등 출연진으로도 눈길을 끌었는데. 그 설정 또한 참신하고 독특하다.
<리베라 메>의 대립구도는 재난 대 소방관이 아닌, 방화범 대 소방관이다. 방화범은 '희수'(차승원)다. 그는 12년의 복역을 마치고 나와 본격적인 방화의 길로 접어드는데, 그를 추적하는 것이 소방대원 '상우'(최민수)다. 상우의 동료 '현태'(유지태)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수의 방화로 희생됐다. 그런데 희수가 타깃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사실이 밝혀진 뒤부터 <리베라 메>는 더 이상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피해자들과, 눈덩이처럼 커지는 불길만 있을 뿐이다. 제목 '리베라 메'는 '나를 구원하소서'라는 뜻의 라틴어로, 영화의 주제가 탈출도 정의도 아닌 '구원'에 있음을 말해준다.
분노의 역류(미국, 1991)
'분노의 역류' 포스터.ⓒ유니버설 픽처스, UIP 코리아
소방관의 숙명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걸까. 아버지, 형의 마지막을 보고도 끝내 소방의 길을 택한 남자의 이야기 <분노의 역류>다. 주인공 '브라이언'(윌리엄 볼드윈)은 어린 시절부터 소방관인 아버지를 보며 그 꿈을 키웠다. 아버지가 현장에서 숨진 이후로도 꿈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형 '스티븐'(커트 러셀)도 마찬가지다. 브라이언이 소방학교를 졸업하고 형제는 함께 17소방서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며 활기차고 정열적인 소방관으로 일하게 되는데. 소방서를 없애고 문화회관을 짓겠다는 정치인부터 연쇄방화범까지, 다양한 문제가 이들을 덮친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브라이언은 고민 끝에 17소방서에 남기로 결정한다. "눈앞에 불이 번쩍하지?"라는 형의 말을 잊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소방차 안에서 브라이언은 신참의 방화복을 "틀렸어"라며 고쳐준다. 첫 출동 날 형이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말이다. 숙명의 길을 걷는 소방관의 이야기 <분노의 역류>였다.
비행기2: 소방구조대(미국, 2014)
'비행기2: 소방구조대' 포스터.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소방 영환데 웬 애니메이션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래서 애니메이션이구나!' 할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아니고서야 소방 헬기가 주인공인 영화는 만들 수 없을 테니까. <비행기2: 소방구조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카> 시리즈의 후속으로, 의인화된 탈것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때 잘나가는 레이싱 비행기였던 '더스티'. 그에게 문제가 생겼다. 기어가 망가져 더는 전처럼 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절망한 채 비행하던 그는 실수로 마을에 불을 내고, 그 계기로 소방관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이후 더스티가 소방구조대 리더 '블레이드', '윈드리프터' 등과 함께 소방관으로 활약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생동감 넘치는 장면의 연속에서 실제 모델이 된 비행기들을 유추하는 재미도 있다. 더스티는 에어 트랙터 AT-502를 포함해 4대의 비행기를 참고로 해 디자인했으며 블레이드는 AW139에, 윈드리프터는 S-64 스카이크레인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