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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미녀들의 수다' 등 한동안 한국에서는 한국에 우호적이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이 등장하는 TV쇼들이 인기를 끌었다.

오로라 슈레더
오로라 슈레더

모델이나 배우, 인플루언서 등을 꿈꾸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에서는 한국말만 조금 할 줄 알면 뜨기 쉽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해외 매체 바이스에 따르면 이런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2020년 한국에 와서 모델의 꿈을 이룬 오로라  슈레더는 솔직하게 "한국에서 머리를 금발로 바꾼 후 갑자기 인기가 올랐고 모델로 잘나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백인, 금발, 푸른 눈은 한국에서 치트키였다."

오로라의 예시처럼 전통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백인 피부는 상업적으로 '매력적'으로 비치곤 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백인의 미를 전시했다. 바이스는 한국에 온 이민자 중 대다수는 남아시아나 동아시아인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제일 인기 많은 외국인은 '모델 같은' 백인이라고 꼬집었다.

BTS (Photo by Kevin Mazur/Getty Images for The Recording Academy)
BTS (Photo by Kevin Mazur/Getty Images for The Recording Academy)

하지만 최근 오로라는 "작년부터 갑자기 업체들로부터 '페이를 낮춰 줄 수 있는가?'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BTS(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성공,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에 히트칠수록 오히려 한국에서 백인이라는 이유로 잘나가던 사람들의 시장 가치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오로라는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한국의 '틈새시장'에서 잘나가던 백인 모델들에게도 위기가 생겼다"고 말하며 "어쩔 수 없이 낮은 페이를 받아들였다"라고 덧붙였다. 2011년 한국 내 3만 명이던 유럽 인구만 2019년 거의 3배 이상인 10만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러시아인은 6천 명에서 3만 명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자료사진 (Photo by Ivan Romano/Getty Images)
자료사진 (Photo by Ivan Romano/Getty Images)

7년 전 한국에 정착한 기욤 데스보스는 한국 기업과 일한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한국 기업이 말하는 '국제적인'이라는 뜻은 금발 백인 여성, 잘생긴 백인 남성, 그리고 흑인 남성이 전부였다. 진짜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 그냥 그들이 생각하는 '외국 느낌'이면 잘 팔린다고 생각한다."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 JTBC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외국인이 성공하는 건 쉬웠다. 백인이고 한국말만 좀 하면 TV 출연의 기회도 많았다."

한편 바이스는 한국 스타들이 세계에서 잘 나갈수록 한국 브랜드도 소비자들이 자국 문화보다 백인을 선호한다는 오랜 관념을 깨고 있다고 전했다. 점점 한때 한국에서 인기 있던 금발 백인 모델의 페이도 낮아지고 기업은 이들을 낮은 가격에 '벌크'로 고용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미에 대한 기준도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추세이자 코로나19 대유행도 한몫하며 한국에서 많은 외국인 모델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현민 (Photo by Jean Chung/Getty Images)
한현민 (Photo by Jean Chung/Getty Images)

이런 글로벌 변화에 기존에 백인 모델만 선호하던 브랜드들도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시도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힙합 음악과 패션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며 흑인 모델의 선호도도 높아졌다. 한국계 흑인 모델인 한현민이나 배유진 등의 모델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https://www.instagram.com/p/CfAvZ97BgNw/?utm_source=ig_web_copy_link

오로라는 "여전히 외국인 중 메시지를 보내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아직도 한국이 '황금의 땅'이라고 믿고 있었다. 심지어 이를 이용한 비자 및 취업 사기도 벌어진다. 그런 이들에게 솔직하게 어두운 면을 이야기 해준다"고 전했다. 오로라는 스폰서십의 유혹을 받는 외국인 모델도 많다고 덧붙이며 "일자리를 잃은 모델 중 '토킹바'에서 나이 많은 남성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기욤은 "모델을 하고 싶다면 해도 좋다. 하지만 외국인이 예전처럼 거의 무조건 한국에서 잘 나갈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물론 앞으로도 실력 있고 매력적인 외국인이 한국에서 성공하고 사랑받는 건 응원할 만하다. 하지만 외국 매체 및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해 애초에 왜 이런 인식이 발생했는지는 분명 고민해 볼 문제이고 계속해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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