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1일 방송한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 104년(2015년) 3월’에 지난달 30일 숙청한 것으로 전해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동그라미 안)이 등장하고 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발표로 국가정보원이 시험대에 섰다. 사실로 확인된 정보뿐 아니라 첩보 수준의 정황까지 공개하면서 국정원 스스로 신뢰도에 물음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은 13일 현안보고 형태로 ‘현영철 부장이 지난달 30일 숙청당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현 부자의) 처형을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고사총 총살’ ‘화염방사기 뒤처리’ ‘가족 참관’ 등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사실상 처형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정원은 자신있다는 태도다. 일부에선 국정원이 고위직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위성영상 자료 등을 충분히 확보했을 것으로 본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교통방송>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근거는 확실하다. 사진으로 확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 보고 이튿날인 14일에도 현 부장의 모습이 북한 방송에 나오면서, 처형의 사실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013년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면서 현 부장이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수행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국정원이 추정하는 ‘반역’ 혐의가 맞는다면, 과거의 기록도 깡그리 지워 역사를 ‘수정’하는 게 북한의 전례임에도 그대로 내보낸 것이다. 처형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국정원의 신뢰는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국정원이 첩보 수준의 정보까지 공개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달 초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김 제1비서가 참석할 것이라며 ‘오보’를 냈던 데 대한 만회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날짜가 임박해 (김 제1비서가) 러시아에 갈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고 했지만, 바로 이튿날 북한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망신을 당했다.
최근 통일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북 유화책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국정원 발표에 기반한 선정적인 언론 보도로 인해 그리 크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대북 유화책마저 결과적으로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