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최측근들이 나부터 살자며 등 돌리고 있다

2016-11-02     김도훈

9월30일 청와대에서 당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접견 자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을 지시한 의혹이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일 검찰 출석에 앞서 “모든 일은 대통령 지시였다”며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무수석으로 일하는 11개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두 사람의 태도 변화가 무척 두드러집니다. 권력의 심장부에 있던 이들이 책임 떠넘기기부터, 잡아떼기까지 선 긋는 방식도 가지가지입니다.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봤습니다.

1. 책임 떠넘기기 : 모든 것은 지시였다

불과 5일 전까지만 해도 “최순실씨 자체를 모른다”고 했던 태도를 180도 바꾼 것입니다. 그는 지난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내 모든 걸 걸고 얘기하는데, 최순실 진짜로 모른다. 내가 어떻게 알겠나”라고 하소연 한 바 있습니다.

책임 떠넘기기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뒤지지 않습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주요 대기업에 774억원의 거액을 모금한 이 부회장은 9월까지만 해도 “두 재단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것”이라며 안 전 수석과의 관계를 부인했습니다. 한 달여가 지난 10월 말,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재단 모금은 안종범 수석이 지시했다”고 진술하기에 이릅니다.

2. 이 시대의 베드로 : 최순실과는 일면식도 없다

조 장관은 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무수석 재임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과 공식적인 독대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염동렬 새누리당 의원이 “독대를 안 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거듭 묻자 “사전에 면담을 신청하고서 만나는 형식의 독대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현안에 대해 둘이 만나 얘기한 일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순실씨를 만난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도 “본 적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 청탁을 받은 일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은 201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일 때 대변인, 박근혜 정부 첫 여성부 장관, 첫 여성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며 ‘박근혜의 그녀’로 불렸습니다. 앞서 최씨가 수정한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연설문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것으로, 조 장관이 박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일한 시기와 겹치기도 합니다.

지난 2005년 2월14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유승민 비서실장(사진 오른쪽)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3. 대통령 곁엔 누가 남았나

이 대표는 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퇴진’ 요구에도 여전히 꿋꿋합니다. 그는 “도망가는 것은 쉬운 선택이다. 중요한 건 배의 선장처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며 “직접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의 의혹 제기를 흑색선전으로 몰아가며 방어했던 사람이 과연 의혹의 진상을 밝히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까요. 해일로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는데 전봇대 붙잡고 살아보겠다는 모양새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