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출처: 뉴스1, 한겨레
출처: 뉴스1, 한겨레

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 서래(탕웨이)는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는 해준(박해일)의 말을 듣고 ‘붕괴’란 단어를 검색한다.

해준의 말을 정확히 알고자 하는 서래의 마음을 알 듯했다. 글씨를 배우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었다. 받아쓰기 시간 내겐 단어 뜻보다 맞춤법에 맞게 받아 적었는지가 더 중요했다. 맞춤법에 익숙해지니 문장 속 단어가 궁금해졌다. 자주 국어사전을 펼쳤고, 단어가 품고 있는 뜻을 정확하게 알면 알수록 세상은 깊고 선명해졌다. 언론은 말, 도표,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의 사실들을 전달한다. 하지만 전달의 마지막엔 항상 글이 있다. 신문기사를 보면서 생각했다. 언론은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며 단어를 고를까?

서울교통공사노조원들이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신당역 사망 역무원 추모제'를 열었다. 출처: 뉴스1
서울교통공사노조원들이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신당역 사망 역무원 추모제'를 열었다. 출처: 뉴스1

9월14일 서울지하철 신당역 화장실에서 순찰 중이던 역무원이 동료에게 살해됐다. 가해자는 입사동기였다. 피해자는 오랜 시간 스토킹을 겪었다. 경찰 고소, 신변보호 요청, 화장실 비상벨 작동…. 피해자는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하지만 직장·경찰·검찰·법원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일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감각은 많은 이들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있었던 6년 전으로 되돌려놓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분노하고 슬퍼했다. 사건 이후 기사가 쏟아졌다.

 

'보복범죄' 아니고 '스토킹 범죄'인 이유

기사 무더기 속에서 15일 <한겨레>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아무개씨 범죄를 보도하며 ‘스토킹 범죄’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경찰 범죄통계 등에서는 비슷한 범죄를 ‘보복범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보복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당한 만큼 그대로 갚아준다’는 것이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한편 강력범죄 전조가 되는 스토킹 행위의 심각성을 가린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유사한 사건은 ‘스토킹 범죄’로 표기합니다.” <한겨레>는 스토킹의 정확한 사회적 이해를 위해 고심해서 단어를 골랐다. 단어를 고심해서 고른 과정이 다행이었다.

29일 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 출처: 뉴스1
29일 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 출처: 뉴스1

하지만 스토킹 뒤에 붙은 ‘범죄’라는 단어가 신경 쓰였다. 언젠가부터 권력형 성범죄, 그루밍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처럼 성폭력 대신 성‘범죄’가 따라붙는 경우를 자주 본다. ‘범죄’는 법에 근거해 처벌받는 행위이기 때문에 확실하고 힘이 센 표현이다. 고백하면 나 역시 성범죄라는 말을 종종 사용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사용하면 놓치는 것이 있다. “그 행위가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 해당하는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저촉되는 행위인가? 그래서 위법한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갇힌다. 법이 규정한 행위만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가해자 처벌만이 제대로 된 해결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 개정만이 주요한 대안이 된다.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인사건을 스토킹 ‘범죄’로 명명함으로써 해결 방향은 ‘신고 때 경찰 대응코드 상향 발령, 가해자 구속수사 강화,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과 같은 제도와 법 문제로 귀결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저지른 피의자 전주환. 출처: 뉴스1
신당역 스토킹 살인 저지른 피의자 전주환. 출처: 뉴스1

 

구조적 성차별 극복 선행돼야

젠더 기반 폭력은 법에 기록된 범죄로만 규정할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구조적 성차별이 작동하는 공동체였다. 2020년 기준 서울교통공사 여성 직원 비율은 전체의 10.3%에 불과하다. 성별 임금격차 또한 35.71%로 서울시 유관기관 중 높은 편에 속한다.

2016년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는 ‘(업무가)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라며 ‘여성용 숙소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면접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구조적 성차별은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를 용인했다. 이런 공동체에서 여성은 동료가 아니라 성적 대상이 되고, 그래도 되는 폭력의 객체가 됐다. 사건은 공동체에 누적된 문화의 결과값이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뉴스1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뉴스1

스토킹 가해자의 법적 처벌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상을 점검하고 바꾸는 것이다. 일상의 성평등을 위해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몫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어떻게 명명하느냐에 따라 해결 방향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수많은 사실을 글로 담고 전하는 일을 하는 언론이 단어를 고르고 이름 붙이는 일을 고심하길 바란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김준현 대신 이휘재 MC석에 앉힌 ‘불후의 명곡’ 시청률 근황 : 숫자 보자마자 숙연해지고 입 꾹 다물게 된다
  • 2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3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 4 미국 이란 전쟁에 석유 공급 막막한데…중동 6개국 “한국한테 제일 먼저 줄게” 모두 놀라게 만든 깜짝 선언 나온 이유
  • 5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 6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 7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 8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로 '무주공산' 부산 북구갑, '조국 vs 한동훈 빅매치설'에 '하정우 출마설'까지
  • 9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 10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허프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미국 이란 전쟁에 석유 공급 막막한데…중동 6개국 “한국한테 제일 먼저 줄게” 모두 놀라게 만든 깜짝 선언 나온 이유
    뉴스&이슈 미국 이란 전쟁에 석유 공급 막막한데…중동 6개국 “한국한테 제일 먼저 줄게” 모두 놀라게 만든 깜짝 선언 나온 이유

    줄게, 줄게, 모두 다 줄게.

  • 김준현 대신 이휘재 MC석에 앉힌 ‘불후의 명곡’ 시청률 근황 : 숫자 보자마자 숙연해지고 입 꾹 다물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김준현 대신 이휘재 MC석에 앉힌 ‘불후의 명곡’ 시청률 근황 : 숫자 보자마자 숙연해지고 입 꾹 다물게 된다

    효과는 미미했다.

  • 이재용 포함 삼성그룹 총수 일가 12조 상속세 이달 중 완납한다 : 이재용은 2조9천억
    뉴스&이슈 이재용 포함 삼성그룹 총수 일가 12조 상속세 이달 중 완납한다 : 이재용은 2조9천억

    삼성의 새로운 출발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동물보호단체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라이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동물보호단체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동물의 죽음'을 전시하다

  • 아버지 트럼프가 이란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업체는 중동에 무기 팔러 다닌다
    글로벌 아버지 트럼프가 이란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업체는 중동에 무기 팔러 다닌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 자유는 빠뜨리지 않았다
    뉴스&이슈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 자유는 빠뜨리지 않았다

    "구원의 소망을 품고..."

  •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글로벌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답답해서, 불안해서, 심심해서?

  •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뉴스&이슈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3부리그? 4부리그?

  •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씨저널&경제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우리가 호구냐

  •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글로벌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