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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통계청 건물로 사용됐던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빈 건물로 남아있다.
연방정부 통계청 건물로 사용됐던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빈 건물로 남아있다. ⓒEMILY MANTHEI

독일 베를린의 알렉산더플라츠는 쇼핑 아웃렛, 기차역, 둥근 돔이 매달린 TV 타워로 둘러싸인 거대한 콘크리트 광장이다. 여기서 한 블럭 동쪽으로 가면 더러운 회색 빌딩인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Haus der Statistik)’가 있다. 연면적 5만 제곱미터가 넘는 이 곳은 서로 연결된 세 빌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가장 큰 빌딩은 11층이고, 유리창은 깨졌다. 오래 전부터 ‘Stop Wars’(전쟁을 멈춰라)라는 그래피티가 있었고, 최근에는 그 아래에 더 작은 글씨로 ‘On Migration’(이민에 대한)이란 문구가 오렌지색 페인트로 추가되었다.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1970년에 완공된 인상적인 콘크리트 건물로,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구 동독 시절에는 정부가 연방 통계청 건물로 사용했다.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진 1989년 이후로는 통일 독일 정부가 사용했다. 2008년에 텅 비게 된 이후로는 동베를린의 세 중심 구역인 미테, 프렌츨라우어 베르크, 프리드리히샤인의 교차점에서 유령 건물로 남았다.

2015년 가을에 철거가 예정되자 500명 이상의 아티스트들의 연합인 알리안츠 베트로터 베를린 아텔리어호이저(Alliance of Threatened Berlin Studios; AbBA)가 이곳에 주목했다. 베를린의 인기가 치솟으며 AbBA는 사라져가는 공간들에 대한 베를린의 여러 아티스트의 인식을 높일 길을 찾았다. 2015년 9월에 이들은 철거에 반대하며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에 거대한 배너를 내걸었다. ‘아트, 문화, 사회 프로젝트 센터가 여기 생길 것이다’는 배너였다.

그것은 실제로 벌어질 일이라기보다는 저항의 선언이었지만, 비슷한 생각을 지닌 주택 활동가들과 난민 활동가들이 관심을 가졌다. 이 빌딩을 재생시키려는 계획이 서서히 생겨났다.

베를린 알렉산더광장 인근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들.
베를린 알렉산더광장 인근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들. ⓒEMILY MANTHEI

 

AbBA는 건축가, 도시 계획자, 활동가, 문화 재단, 난민 지원 조직자 등으로 구성된 13개의 작은 비영리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2015년 10월에 ‘이니셔티브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라는 협력 단체를 만들었다. 목표는 과감했다. 이 빌딩을 사용해 주택 문제를 겪고 있는 베를린의 큰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풀뿌리 활동가들과 귀를 기울일 용의가 있는 정부가 손을 잡으면 새로운 민주적 도시 개발 모델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베를린은 오래 전부터 아티스트들의 도시라는 평판이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에는 저렴한 상업 및 생활 공간이 많아 테크노, 스트리트 아트, 실험적 건축, 대안적 퍼포먼스 등의 서브컬처가 꽃필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아티스트들은] 상업적 월세와 경쟁하지 않아도 됐다.” AbBA 소속인 레나르트 시베르트의 말이다. “그것이 베를린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350만 명이 살고 있는 베를린은 붐을 맞았다. 2009년 이후 베를린 인구는 25만 명 증가했고, 매년 4만 명 이상 늘고 있다. 2035년에는 4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을 흡수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베를린으로 이주하고 있다.

사람이 늘어나고 대출은 쉽고, 살고 싶은 도시라는 베를린의 평판도 있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점점 달아올랐다. 2017년에는 물가가 20.5% 상승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해외 구매자들이 시장에 넘쳐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억만장자 워렌 버핏은 베를린 하이엔드 부동산에 투자했다.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베를린의 임대료는 46% 상승했다. 

베를린의 예술가들이 지방 정부와 함께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방법
ⓒullstein bild Dtl. via Getty Images

 

베를린은 갈림길에 서 있다. “베를린을 새로운 메트로폴리스 슈퍼 시티로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잡아끌며 안된다, 지금 위치를 지키며 천천히, 유기적으로 성장하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베르트의 말이다.

이니셔티브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이러한 긴장에 대한 대응이다. 이 옛 관청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것이 베를린이 마주한 과제에 답하는 방법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2015년 12월에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 맞은편의 나이트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빌딩에 대한 제안을 공개했다. 임시 난민 보호소, 워크숍, 교실, 공공주택, 아티스트를 위한 저렴한 스튜디오 공간, 지역 소규모 업체들을 위한 상업 공간, 미테 지구 시청 등으로 활용하자는 계획이었다.

이건 지역 주민들이 참가하는 공개 미팅을 여러 번 갖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비평을 구하고, 가능성을 의논해가며 발전시킨 아이디어였다. “이 도시에서 요구되는 것들을 모두 모을 방법이 무엇일까, 모든 게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시베르트의 설명이다.

몇 달에 걸친 공개 프리젠테이션과 커뮤니티 의견 반영 끝에, 이들은 2016년 4월에 베를린 재무 상원에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이 빌딩을 베를린 정부 소유로 놔둘 것, 시민 단체들이 사회적, 시민적, 문화적 사용을 관리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본래 연방정부 소유였던 이 빌딩을 부동산 스왑을 통해 2017년 12월에 취득한 베를린 주는 시 소유인 부동산 회사 베를린 부동산 매니지먼트(BIM)을 통해 이 빌딩을 갖게 된다. BIM은 임대 포트폴리오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리노베이션 예산 5000만 유로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베를린 중심부의 특별한 곳일뿐 아니라, 협력을 통한 도시 개발이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파트너 중 하나인 베를린 주 정부 도시개발주택 상원의원인 카트린 롬프셔가 9월 기자 회견에서 밝혔다.

다음 단계는 공개 워크숍을 열어 지역의 건축과 도시 계획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반 대중을 포함한 배심원단이 건물 활용 계획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니셔티브 측은 300호의 주택이 생길 것이며, 빌딩의 20%는 아티스트들과 시민들이 주도하는 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민주적 성격 때문에 계획이 모호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2019년 1월까지는 리노베이션과 재건 단계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곳에 마련된 워크숍에서는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건물 재생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회의가 진행된다.
이곳에 마련된 워크숍에서는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건물 재생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회의가 진행된다. ⓒEMILY MANTHEI

 

도시 주택 활동가이자 베를린 안팎의 대안 주택 이니셔티브를 연구하는 ID22의 설립자인 마이클 라폰트는 아티스트와 대안 건축가들이 비투기성 부동산 및 프로젝트 개발자들과 손을 잡은 “전형적인 베를린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지역 사회에 기반하고 시민 사회가 주도하는 베를린의 여러 프로젝트들에서 나온 일이다. 이들은 대안적이고 참여적인,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며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투기적이지 않은 일을 하려 하고 있다.”

라폰트는 시민 사회가 솔선한 프로젝트라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수를 받지 않고 별다른 자원없이 참가하고 추진했지만, 돈과 인내심을 갖춘 기관들과 대등한 위치에 섰다.

이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은 “아이디어가 있었을 뿐 아니라 상상하고 실현시킬 경험과 능력을 지닌” 활동가들의 공이라고 라폰트는 말한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 그리고 시, 아티스트, 주민, 난민들의 서로 다른 이해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가 주민과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건이기도 했다.”

시베르트는 다양성을 반영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힘이었다고 본다.

“베를린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코스모폴리탄이자 메트로폴리탄이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지나치게 일어난 도시에서 온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우리에게 조심해야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존중한다.”

베를린의 예술가들이 지방 정부와 함께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방법
ⓒJOHN MACDOUGALL via Getty Images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he City Where Artists Are Fighting Gentrificatio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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