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협상 전망이 짙은 불확실성에 빠졌다.
다만 양측이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협상 동력을 완전히 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과 협상이 병존하는 복합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연합뉴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현지시각으로 18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다시 강화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흐름에 맞춰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 개방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봉쇄로 돌아선 것이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자체 언론매체인 세파뉴스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접근 시도는 적에 대한 협력으로 간주하겠다"며 "접근을 시도한 선박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 해상 봉쇄가 해제되지 않은 한 해협을 계속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 측은 "미국이 이란 항구를 봉쇄한 상황에서 제3국 선박만 자유롭게 통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해협 재봉쇄는 미국의 봉쇄 유지 방침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보이자, 이제 맞서 군부가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이란 측이 “선의로 항행을 허용했음에도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반발함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여기에 이란 내부의 노선 차이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외무부가 긴장 완화 신호를 보낸 지 하루 만에 군부가 강경 대응으로 돌아서면서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환된 양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발표 이후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선언했지만, 군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대외 메세지의 일관성은 흔들린 상태다.
현장의 긴장은 곧바로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민간 선박들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연계 고속정의 공격을 받았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일부 선박은 총격 이후 회항했고, 인근 해역에서는 컨테이너선이 미확인 발사체에 피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주요 해운사들이 항로 운항을 중단하거나 재검토에 나서면서 글로벌 물류망 불안도 다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해상 봉쇄 작전 지속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나아가 봉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 밖 공해상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박’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에너지 수송을 둘러싼 긴장은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협상 환경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 재봉쇄 직후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까지 “조만간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 모습이다.
그럼에도 협상 채널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이슬라마바드에서의 2차 회담을 준비하며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등 실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일단 원칙적 합의를 담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일정 기간 내 포괄적 합의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에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특히 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놓고 양측의 견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라늄 이전 가능성을 언급한 반면, 이란 측은 “어떠한 농축 물질도 해외로 반출하지 않는다”며 이를 협상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이 대규모 동결 자금 해제와 제재 철폐까지 요구하고 있어,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