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덧없는 일장연설
ⓒhuffpost

이상화 선수는 아니라고 했다. 경기 당일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위급 임원이 선수단을 방문해 선수들을 깨웠다는 스포츠평론가의 증언이 나온 다음날이었다. 당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는 저녁 8시에 열렸다. 선수들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새벽 2~3시에 잠들어 점심때 일어날 계획이었다. 임원은 굳이 아침 9시에 선수단을 방문했다. 이상화 선수도 깨야만 했다.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일장연설을 듣고 다시 흩어지라고 그랬다는데, 임원은 처음에 그랬다고 해요.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까지 자고 있으면 어떡하냐!’”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자냐!

난리가 났다. <중앙일보>는 해당 임원의 이름을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이 B52(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미국의 장거리 폭격기)가 일본 도쿄에 떨어뜨린 폭탄처럼 격렬하게 떨어졌다. 결국 이상화는 기자회견에서 해명해야만 했다. 해명은 다음과 같았다. “오히려 제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 방문하신 것 같았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는 그게 이렇게 들렸다. “길게 설명하면 (곤란해지니까) 안 하고 싶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상화가 어떤 의미로 그런 대답을 했는지 대충 눈치채셨으리라.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왜 한국의 아저씨들은 일장연설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걸까? 모든 아저씨가 일장연설을 한다. 과장도 하고, 부장도 하고, 국장도 하고, 임원도 하고, 대표도 한다. 아니, 한국의 아저씨들은 아마 주임이 되자마자 사원들을 불러놓고 일장연설을 시작할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에게 “왜 아재들은 일장연설을 좋아할까?”라고 물었다. 답변이 돌아왔다. “왜냐면 그분들은 외로운 나머지 모두가 모여서 자기 말에 귀 기울여주는 척하는 걸 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거든.”

슬퍼졌다. “그분들은 외로운 나머지”라는 말 때문이었다. 아마 임원급 아저씨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젊은 직원, 젊은 선수들이 자신을 귀찮은 존재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일장연설을 하는 순간만은 다르다. 그들은 당신을 둘러싼 채, 혹은 올려다본 채 당신 말에 귀 기울이는 시늉을 할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당신도 외롭지 않다. 그 순간 당신은 스스로 의심하던 당신의 권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덧없는 일장연설
ⓒKiyoshi Hijiki via Getty Images

 

나 역시 영락없이 40대가 되고 말았다. 이 40대라는 나이는 기대보다 꽤 귀찮은데, 30대에는 할 필요가 없었던 의무가 늘어나는 탓이다. 그중 하나가 역시 일장연설이다. 편집장인 나는 회식 자리에서 건배 제의를 해야 하고, 건배가 끝나면 일장연설을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모티베이션(동기부여) 스피치’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국 회사와 술자리는 구글 오피스나 아마존 사내에 있는 바가 아니다(아마존 사내에 바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아마존에는 뭐든 있으리라 믿고 싶다). 하여간 미국 스타트업 스타일의 스피치를 했다가는 여러모로 어색한 순간이 될 것이 틀림없다. 결국 일장연설이라는 건 너무나도 한국적인 무엇이다. 하는 사람에게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별 의미가 없어야 한국적 일장연설은 진정으로 완성된다.


차라리 꼰대처럼 말할걸

지난해 말 송년회에서 결국 일장연설을 하게 됐다. 어떻게든 한국적으로 해내자 마음먹었다. ‘올해에도 열심히 했으니 내년에도 파이팅합시다’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면 누구도 짜증 내지 않고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하루만 지나면 잊힐 문장이었으니까. 대신 내 입에서는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여러분 저도 40대는 처음이고요, 편집장도 처음입니다. 부족합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이불을 걷어찼다. 차라리 그냥 꼰대처럼 말할걸. 나는 정상적인 한국의 아재가 되기에는 아직 더 극한 훈련이 필요한 인간이다. 내일 아침에는 8시 정각에 출근해서 이렇게 단체 카톡을 날려야겠다. “해가 중천에 뜨고 있는데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떡하냐!”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되었습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2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 3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 4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 5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 6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로 '무주공산' 부산 북구갑, '조국 vs 한동훈 빅매치설'에 '하정우 출마설'까지
  • 7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 8 국힘 서울 지지율 13%에 뿔난 배현진의 장동혁 사퇴 공개 요구, “애당심과 결단 기대한다”
  • 9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 10 "홍명보 나가" 김영광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새 사람 추천했다 : 수원 삼성 팬들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프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김준현 대신 이휘재 MC석에 앉힌 ‘불후의 명곡’ 시청률 근황 : 숫자 보자마자 숙연해지고 입 꾹 다물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김준현 대신 이휘재 MC석에 앉힌 ‘불후의 명곡’ 시청률 근황 : 숫자 보자마자 숙연해지고 입 꾹 다물게 된다

    효과는 미미했다.

  • 이재용 포함 삼성그룹 총수 일가 12조 상속세 이달 중 완납한다 : 이재용은 2조9천억
    뉴스&이슈 이재용 포함 삼성그룹 총수 일가 12조 상속세 이달 중 완납한다 : 이재용은 2조9천억

    삼성의 새로운 출발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동물보호단체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라이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동물보호단체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동물의 죽음'을 전시하다

  • 아버지 트럼프가 이란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업체는 중동에 무기 팔러 다닌다
    글로벌 아버지 트럼프가 이란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업체는 중동에 무기 팔러 다닌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 자유는 빠뜨리지 않았다
    뉴스&이슈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 자유는 빠뜨리지 않았다

    "구원의 소망을 품고..."

  •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글로벌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답답해서, 불안해서, 심심해서?

  •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뉴스&이슈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3부리그? 4부리그?

  •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씨저널&경제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우리가 호구냐

  •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글로벌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라이프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자칫 피해 키울 수 있다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