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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세계화의 종말
ⓒLucas Jackson / Reuters

지난 6월 세계를 놀라게 했던 브렉시트를 본 미국인들이 영국인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차자 영국인들은 미국인들에게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쩔 거냐고 물었다 한다. 5개월 후 미국인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트럼프의 승리도 세계화에 대한 하위층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와 관련이 깊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1999년에서 2011년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인해 200만개 넘는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2000년대에는 저학력 백인 중년층의 사망률이 크게 높아지기도 했다.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미국의 불평등은 계속 심화되었지만, 세계화의 패자를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은 모자랐다. 실제로 1960년대 이후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배가 넘게 높아졌지만, 정부지출의 비중은 6% 줄어들어 다른 선진국들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불평등에는 기술변화 등 다른 요인도 중요하지만 세계화는 적이 뚜렷하기에 비판하기 쉬운 대상이었다.

선거에서 특히 중요했던 것은 몇몇 주들이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세계화에 부정적인 의견은 2008년 이후 크게 낮아져 최근에는 90년대보다 낮았다. 그러나 미시간주나 오하이오주 등 치열한 경합주에서는 세계화에 비판적인 의견이 훨씬 높았다. 이들 지역은 오래전부터 세계화의 피해가 컸던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으로 지난 10년 동안 보통사람들의 소득도 상대적으로 가장 정체한 곳이다. 결국 이 주들에서의 승리가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이었다.

그의 승리가 예측하기 힘들었던 것만큼 트럼프의 경제정책도 불확실하다. 이른바 트럼포노믹스의 세 화살은 1조달러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대대적인 감세와 규제완화, 보호무역이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대신 인프라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은 효과도 작고 기업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많은 이들은 트럼프의 미국 경제에서 정실자본주의가 강화되고, 감세와 의료보험 축소로 빈부격차는 커지며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외적으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45%나 되는 관세를 매기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담을 쌓을 것이라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소비자에게 주는 편익이 크고 미국 기업들의 중국 수입 비중도 높아서 보호무역은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어느 정도로 보호무역을 추진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듯이, 트럼프 정부는 세계화에 제동을 걸고 보호주의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16년은 세계화의 종말이 시작되는 해로 기록될 것인가. 그 답은 훗날에야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세계화는 이제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우파의 반세계화 또한 그들을 지지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역시 필요한 것은 그 이득이 공평히 나누어지며 적절히 관리되는, 세계화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도 돌아보게 만든다. 한국에서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해외직접투자의 증가와 함께 불평등이 심화되었으며 외국인 노동자도 크게 늘어났다. 물론 한국 경제는 세계화의 수혜자였지만, 앞으로는 세계화에 대한 분노와 극단적인 정치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세계화의 미래에 관한 커다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할 때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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