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기존 국제 금융 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송금 표준을 제시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되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제도적 불확실성은 위험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우형(왼쪽부터) 케이뱅크 은행장과 왕하오(Wang Hao) 체인저 부대표, 문범영 비피엠지 개발실장이 2025년 1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케이뱅크
16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UAE의 디지털자산 전문 기업 ‘체인저’, 국내 블록체인 기업 ‘비피엠지(BPMG)’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 구축을 시작했다.
이번 협력은 한국 고객이 케이뱅크 계좌에 있는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변환해 전송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UAE 현지에서 즉시 디르함(AED)으로 정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이번 기술검증(PoC)은 한국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UAE의 디지털자산 규제를 동시에 충족하는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UAE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중동 금융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이 케이뱅크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국제 송금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경쟁력은 압도적인 ‘비용 절감’과 ‘속도’다.
기존 SWIFT망을 이용한 해외 송금은 중개 은행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건당 1만 원에서 3만 원 수준의 중개 수수료가 발생하며, 여기에 0.3~1.5%의 환율 스프레드 비용까지 더해진다. 송금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도 통상 2~3일이 소요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송금 방식은 중개 과정을 생략해 수수료를 기존 대비 5분의 1,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송금 속도 역시 ‘실시간’에 가깝게 단축된다.
다만 케이뱅크가 그리는 청사진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바로 국내의 ‘규제 환경’이다.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한국의 외환 관리 법령은 아직 블록체인 기반의 송금 방식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국경 간 거래는 외국환거래법, 특금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이 중첩 적용되는데,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 해석이 모호한 ‘규제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국경 간 거래 신고 체계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안창국 상임위원은 지난해 11월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국경간 거래, 온‧오프라인 결제 등 활용이 확산되고 있어 외환부문, 자금세탁 위험 등과 관련하여 우려가 제기되며, 금융안정 측면에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이번 협력은 케이뱅크가 글로벌 시장, 특히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한 중동 금융시장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은행의 신뢰성과 블록체인의 혁신성을 결합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디지털자산 기반 글로벌 송금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