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2025년 9월4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열린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제조사를 넘어 ‘뷰티테크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자 힘쓰고 있다.
이 회사는 10여 년 전 일찌감치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25년 이후 신제품들을 연이어 내놓으며 다시금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오너경영인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회장은 앞으로 뷰티테크 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뷰티테크는 뷰티 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해 개인 맞춤형 제품과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뷰티 디바이스는 이 같은 기술이 적용돼 실제로 사용자의 스킨케어를 돕는 기기들을 가리킨다.
아모레퍼시픽 전자피부 플랫폼 스킨사이트 ⓒ 아모레퍼시픽
◆ CES 2026에서 신기술 선보여… 스킨사이트 혁신상 수상
15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CES 2026에서 다양한 뷰티테크 제품을 선보였다.
개인 맞춤형 피부 솔루션 제공 플랫폼인 ‘스킨사이트(Skinsight™)’, 삼성전자와 협업해 만든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 메이크온(makeON) 브랜드의 뷰티 디바이스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스킨사이트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차세대 전자피부(electronic skin) 플랫폼이다. 피부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초정밀 센서를 장착했다. 속당김, 자외선 및 블루라이트, 온도, 수분 등 4가지 노화 요인을 동시에 측정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킨사이트는 이번 CES 2026에서 뷰티테크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은 삼성전자의 ‘AI 뷰티 미러’에 기반한 솔루션이다. 카메라 기반 광학 진단기술로 모공, 홍반, 색소, 주름 등 피부 상태를 정밀 분석하고, 45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를 제안한다.
‘스킨사이트’와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에서 나온 결과물은 아모레퍼시픽이 새로 내놓은 뷰티 디바이스를 통해 피부에 적용할 수 있다. 메이크온 브랜드의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와 ‘온페이스 LED 마스크’가 그것이다.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는 매일 피부에 활용해 즉각적으로 피부를 개선할 수 있는 데일리 맞춤케어 디바이스다.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을 탑재한 전용 앱과 연동해 개인 맞춤형 루틴을 설계하고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피부 관리 데이터를 제공한다.
‘온페이스 LED 마스크’는 머리카락 두께만 한 마이크로 레드(Micro Red) LED 3770개를 얼굴에 빈틈없이 배열해 피부 깊숙이 에너지를 전달, 피부를 회복시키는 디바이스다.
아모레퍼시픽 온페이스 LED 마스크 ⓒ 아모레퍼시픽
◆ 서경배, 뷰티테크 사업 적극적 확장 의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회장은 뷰티테크 사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지난해 CES 2025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뷰티 기술 관련 트렌드를 살피기도 했다.
2025년 9월 열린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는 “글로벌 대표 뷰티&웰니스 기업으로의 성장”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슬로건으로 ‘크리에이트 뉴 뷰티(Create New Beauty)’를 제시했다. 이를 위한 새 전략으로 디바이스 사업 확장과 ‘AI 퍼스트’를 내놓았다.
전문경영인인 김승환 대표이사도 뷰티테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AI와 데이터 등 시대를 움직이는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영진의 의지와는 별도로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뷰티테크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메이크온’을 2014년 일찌감치 출시했으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클렌징 인핸서’, ‘메이크업 인핸서’ 등 초기 제품은 대부분 단종됐다.
또한 2023년 설립한 뷰티 디바이스 자회사 퍼시픽테크도 아직 본격적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재 출시된 뷰티 디바이스 제품들은 아모레퍼시픽에서 관장하고 퍼시픽테크는 외부 디바이스 기업들을 발굴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는 것이 회사 쪽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 이후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3월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를 내놓았고, 4월 ‘잼 소노 테라피 릴리프’, 11월 ‘온페이스 LED 마스크’를 연이어 출시했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이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약 5천억 원에서 2022년 1조6천억 원으로 확대됐고, 2030년에는 3조4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역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P&S 인텔리전스는 세계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가 2022년 140억 달러(약 20조 원)에서 2030년 898억 달러(약 130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실상 후발주자 입장이다. 앞으로 서경배 회장은 기존 강자로 자리잡은 에이피알, LG전자, 클래시스 등을 따라잡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이크온의 실적은 신제품 출시 효과로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메이크온의 2025년 1~9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4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