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가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경제위기에서 촉발됐지만 근본적으로 47년간 이어진 신정체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시위대의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 구조에서 혁명으로 끝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14일 워싱턴포스트와 BBC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에서 수 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정권이 안정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학교 중동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및 BBC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외부 위협과 대규모 내부봉기라는 양쪽의 압박에 처해 있다"며 "이란 시위는 이제 막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은 이란 시위가 단순한 유혈사태를 넘어 '신정체제의 구조적 붕괴'까지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엘리사 파비아 선임연구원은 영국 시사지 '더 스펙테이터'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이 과거보다 훨씬 약화된 모습이다"며 "지난해 이스라엘 및 미국으로부터 전투에서 패배,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47년 동안 지속된 이란의 신정체제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이슬람 공화국을 세계 전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신정 이데올로기에 입각해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을 비롯한 대리 세력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핵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외화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석유 판매가 막혔고 이란 정권이 지원하던 대리 세력의 붕괴로 신정체제의 근본적 위기가 찾아왔다.
더구나 이란 내부에서 종교적 신념과 선호에 대한 여론이 이슬람에 우호적이지 않게 변화한 것도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재외 이란인 학술단체 GAMAAN이 발표한 '이란인의 종교적 선호 여론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40%만이 자신을 무슬림으로 규정했고 나머지 60% 가까운 응답자가 '개인의 종교적 선호와 별개로 법률에서 종교의 영향력은 없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이란 시위에서 우려되는 점은 시위가 체제 붕괴의 전통적 전제조건인 경제붕괴, 군사적 패배, 유혈사태 등을 갖췄지만, 조직화된 혁명 지도부가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구심점의 부재로 시위가 사그러들거나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사례가 있어 이란 시위도 같은 전철을 밟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2013년 브라질 상파울루 시위가 거론된다. 당시 브라질에서는 자유요금운동(MPL)이라는 무정부주의적 조직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반발하며 시위가 시작됐다.
초기에 경찰의 폭력적 진압이 보도되자 브라질 주요 미디어는 '애국적 봉기'라고 표현했고 결과적으로 시위는 거대 규모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처럼 확대된 시위에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시위 초기의 의미가 퇴색됐다. 이 시위는 결과적으로 좌파 정부의 기반을 약화시켰고 극우성향 정권의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