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알 마드리드가 사비 알론소 감독과 전격 결별을 발표해 축구계가 술렁였다. 레전드 출신 감독조차 선수단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며 떠난 이 결정은 구단 내부의 리더십과 단결력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런 시점에, 레알 마드리드의 근원적 힘과 혁신을 분석한 책이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신현암 Factory8 대표 ⓒ세이코리아
『레알 마드리드 레볼루션』은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10여 년간 유럽 챔피언스 리그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인을 감정이나 운명의 영역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책이다. 우리는 종종 승리를 경기 결과로만 소비한다. 하지만 승리는 경기장 밖에서의 시스템, 철학, 문화, 데이터, 조직, 리더십이 경기장 내부로 전달되어 만들어내는 복합적 산출물이며, 레알 마드리드는 이 점을 가장 일찍 이해한 클럽 중 하나다.
이 책의 힘은 저자의 접근 방식에 있다. 스티븐 G. 맨디스는 금융, 조직, 리더십, 스포츠 산업을 동시에 이해하는 연구자이며, 단순 인터뷰나 서술에 의존하지 않는다. 데이터와 사례, 거버넌스 구조, 팬 경험, 글로벌 시장, 자본 흐름을 분석하면서 ‘왜 레알이 유럽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승리 구조를 가지는가’를 다층적으로 설명한다. 그 결과 이 책은 팬의 감상문이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전략 리포트에 가깝다.
레알 마드리드를 설명할 때 많은 사람들이 선수나 감독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문화의 구조’다. 문화는 조직이 위기를 처리하는 방식, 리더가 의사결정하는 방식, 팬과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 인재를 다루는 방식에 스며 있다. 문화는 슬로건이 아니라 행동이며, 행동이 반복되면 시스템이 되고, 시스템은 결국 결과를 만든다. 레알 마드리드의 문화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감성적 문장을 넘어서, 그것이 재무·운영·선발·육성·경기 전략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구조가 된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를 단기적 프로젝트로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승리를 지속하려면 자원 배분, 선수 관리, 위험 관리, 재무 건전성, 글로벌 팬 전략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재정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해 일시적으로 강한 팀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흑자를 유지하고, 재구조화된 스타디움으로 수익 생태계를 확장하고, 글로벌 팬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팀을 단계적으로 재편하는 일은 감이 아니라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책은 바로 그 시스템을 설명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철학과 시스템이 만날 때 승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철학은 방향을 정하고, 시스템은 그 철학을 구현한다. 데이터는 판단을 도와주고, 문화는 그 모든 것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게 만든다. 그래서 레알의 승리는 ‘우연한 영광’이 아니라 ‘축적된 결과’다.
이 책은 스포츠 팬뿐 아니라 리더와 경영자에게도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조직은 어떤 철학으로 움직이는가? 위기 시에 문화는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가? 시스템은 사람을 돕는가, 방해하는가? 데이터는 결정을 명료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합리화를 돕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은 승리를 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가?
최근 레알 마드리드가 감독 교체와 함께 내부 리더십과 단결력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지만, 본래 이 구단에는 강력한 조직문화가 내재되어 있다. 레알은 경기장 밖에서 구축한 철학과 시스템을 경기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팀이며, 단순히 선수 운이나 감독의 역량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재의 갈등이 봉합되었을 때, 레알 마드리드는 다시 이전처럼 단결된 힘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마땅한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