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 새해 첫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을 요구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했다. 서울시장 5선 도전에 나선 오 시장이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빨간불'이 켜지는 등 위기에 몰리자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오 시장이 전날 갑작스레 ‘작심발언’을 내놓자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새해 첫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년회에서 장동혁 대표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더이상 옹호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등 당의 변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오 시장은 신년 인사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이제 계엄으로부터 당이 완전히 절연을 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며 “그동안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등 잘못을 인정하고 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언어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범보수세력 대통합이 가능하려면 그 어떠한 허들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현직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단순한 유감 표명을 넘어 직접적으로 ‘결단’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오 시장은 그동안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사실상 침묵을 이어왔다. 이에 오 시장의 '갑작스런' 쇄신 요구는 현재 국민의힘의 ‘강경 보수화’ 기조로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오 시장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5선 도전’에 대한 위기감이 작심 발언이 나오게 된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 새해를 맞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나 국민의힘 지지도는 신통치 않았다.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1일 발표한 서울시장 가상 1:1 대결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 주요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정원오 39%, 오세훈 38%)과 박주민 의원(오세훈 37%, 박주민 35%)과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중도층만 놓고 봤을 때 국민의힘 지지도가 16%로 민주당(4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이날 발표한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정 구청장이 24%로 1위를 차지했고 오 시장은 23%로 2위에 그쳤다.
오 시장으로서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대한 중도층 민심이 차가운 점을 고려할 때 ‘윤어게인’ 기조와 과감한 절연을 하지 않고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로 정권은 바뀐 만큼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어야하는데 국민의힘이 ‘윤어게인’으로 대변되는 강성 보수 성향으로 치우치면 오히려 ‘보수심판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맹목적으로 국민의힘을 찍는 사람이 25%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서는 지방선거 승리도 어렵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아주 과감하게 탈피를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정치적으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결'을 우선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오 시장의 바람처럼 국민의힘이 계엄과 '절연'하고 중도층의 마음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움직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을 겨냥한 듯 “설날에 학업 걱정, 취업 걱정, 결혼 걱정만 하며 일장 연설하는 삼촌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지금은 내부에서 지도부를 흔들고 압박할 때가 아니다”라고 장 대표를 옹호하고 나섰다.
기사에 인용된 JTBC 여론조사는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일과 30일 서울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는 뉴스1 의뢰로 2024년 12월25일과 26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방식은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