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보좌진 관련 의혹 등으로 결국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당 운영의 한 축을 맡았던 김 원내대표의 퇴진으로 민주당은 새로운 원내 사령탑을 맞이해야 한다. 특히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청래 당대표와 지도부 '투톱'으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연일 계속되는 의혹제기 한 복판에 서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는 등 즉각 다음 원내대표 선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 사법개혁을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상을 이끄는 원내 사령탑을 잠시라도 공석으로 두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취재진과 만나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원내대표 선출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원내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김 원내대표와 겨뤘던 4선 서영교 의원을 비롯해 3선인 박정, 백혜련, 한병도, 조승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조승래 의원은 현재 당 사무총장을, 한병도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어 원내대표가 되면 직책에서 물러나야 한다.
박정 의원은 범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지만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정 대표의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의 당권 도전을 지원했다. 백혜련 의원은 계파색이 옅지만 정 대표가 대표에 취임한 뒤 공을 들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조승래 의원은 사무총장으로서 ‘1인1표제’ 실무를 맡으며 정 대표를 보좌했다. 한병도 의원은 친문(친문재인)계로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바 있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청래 대표와 ‘원팀’ 지도부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될지, 김 원내대표처럼 정 대표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견제하는 원내대표가 나올지 여부다.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은 강력한 개혁 과제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원내 실무를 총괄하는 김 원내대표와 정 대표는 주요 현안 처리 국면에서 미묘한 온도 차를 보여 왔다. 특히 지난 9월 '3대 특검법' 합의 당시 정 대표가 “지도부의 뜻과 다르다”며 재협상을 지시하자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를 향해 “공개 사과하라”고 맞받아치는 등 초유의 여당 지도부 ‘투톱 갈등’이 노출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거에 도입한 '권리당원 투표 반영'은 현 지도부와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에 대한 지지층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가 선출됐던 지난 원내대표 선거부터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민주당대표실 앞에서 김병기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정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당심이 원내대표 선거에도 투영된다면 사실상 '친정(친정청래) 체제'가 완성돼 당 내부의 단일 대오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정 대표를 비판하며 당 대표 사퇴까지 요구하는 지지층도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정 대표보다 온건한 성향의 후보가 당원들의 표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 해볼 때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에 출마할 의원들은 자신이 원내 전략에서 당 대표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새로 뽑히게 될 원내대표의 임기가 김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 초순까지라는 점은 이번 원내대표의 역할과 관련해 변수로 꼽힌다. 원내대표의 가장 큰 권한은 국회 상임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분인데 제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분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할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민주당 당헌 제55조 5항은 원내대표가 궐위된 때 1개월 안에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재선출하고 새 원내대표 임기는 전임자 잔여 임기를 물려받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새 원내대표의 임기는 김 원내대표의 임기인 내년 6월13일까지 약 5개월 정도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임기는 2026년 5월29일까지다. 일반적으로 여야는 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한 뒤 상임위 배분(원구성) 협상에 들어간다. 국회의장 선출은 여야 협상 상황에 따라 5월 말이나 6월 초에 진행된다. 즉,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번 원내대표가 원구성 및 상임위 배분을 주도할지, 아니면 ‘차차기 원내대표’가 이를 주도할지 확실치 않다는 뜻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궐로 뽑힐 원내대표가 현재 직면한 여러 개혁입법 처리를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인 건 맞지만 1년 정식 임기가 아니라서 의원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 국면과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후보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