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쿠팡 전 대표이사(오른쪽)가 사임하면서 헤럴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가(왼쪽) 임시대표를 맡게 됐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박대준 쿠팡 대표가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10일 사임했다. 전격 사임에도 불구하고 '책임 경영'보다 '방어용 인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쿠팡은 이날 오후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의 사임 소식을 알렸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지고 20여 일 만이다.
쿠팡의 모회사 미국 쿠팡Inc.는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을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이번 사임을 두고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무총괄 출신 임시대표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로 선임된 로저스는 글로벌 로펌 출신의 법률·준법 전문가다. 시들리 오스틴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글로벌 통신사 밀리콤에서 최고윤리·준법책임자를 지냈다.
쿠팡에 합류한 이후에도 각종 법률 리스크 관리와 규제 대응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데이터 유출 원인 규명이나 보안체계 개선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 앞으로 불거질 법적 다툼에 따른 회사 손실 최소화를 위한 ‘방패막이 인사’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이 ‘책임자 교체’ 카드를 내민 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책임론이 불거진 지 20여 일 만이다.
다만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돼온 내부통제와 개인정보 관리 프로토콜, 보안문화의 부재 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소비자의 피해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는 상태다.
이로 인해 일부 유출대상 소비자들은 개별적으로 인원을 모아 미국 쿠팡 본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쿠팡 경영진 대다수가 법조인인 점도 주목
이번 임시 대표 선임이 아니어도 쿠팡 경영진 중엔 법조인 출신이 과도할 정도로 많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아 왔다.
쿠팡은 예전에도 노동·공정거래·배송업계 분쟁 등 각종 갈등 상황에서 전·현직 법조인, 관료 출신을 주요 요직에 기용해왔다.
쿠팡의 이사회 및 주요 계열사 대표 구성만 봐도 법조인 출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공시된 대규모기업집단현황 기준, 쿠팡 주식회사 이사 6명 중 절반 이상이 김앤장 출신이거나 김앤장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강한승 쿠팡 북미사업개발 총괄(전 쿠팡 대표이사),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김앤장 출신이라는 점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 받는다.
강한승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서울고법 판사와 청와대 법무비서관,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쿠팡에 합류했다.
쿠팡이 택배업체와의 소송전에서 대법원 승소를 거둔 뒤 경영대표로 영입되며 법률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정종철 대표 역시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기업법무 변호사로 근무하다 쿠팡에 합류했다. 조직 내에서 인사·법무를 함께 총괄하며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