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진하는 전동킥보드로부터 어린 딸을 지키려다 일주일 넘게 중태에 빠졌던 엄마의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8일 송도에서 2살 딸을 지키려다 ‘킥라니’ 사고를 당한 30대. ⓒJTBC ‘사건반장’
2025년 10월 27일 전파를 탄 JTBC ‘사건반장’에는 30대 피해자 A씨의 남편 B씨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B씨는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원에서 ‘사망하실 것 같다’라고 말했다”라며 절망적이었던 며칠 전을 떠올렸다. 이어 B씨는 “기적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눈을 떴다”라고 밝혔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4일 눈을 떴다. 당시 B씨가 면회를 하며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자 A씨가 반응을 했다는 것. B씨는 “의식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지만 제가 부르고, 아이들 이름을 말했더니 살짝 눈을 깜빡이고 눈물을 흘렸다”라고 전했다. 아내가 잠시 눈을 떠서 자신을 쳐다보기도 했다고 알린 B씨는 “아직 더 많은 기적이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4시 37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인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날 남편, 둘째 딸과 함께 외출에 나섰던 A씨는 편의점에 들러 딸의 간식을 사서 걸어가던 길이었다. 2세 딸의 손을 잡고 걷던 A씨는 중학생 2명이 탄 전동킥보드가 인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아이를 향해 돌진하자 딸을 끌어안았고 킥보드에 치였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몸으로 막아섰다가 뒤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A씨는 그대로 중태에 빠졌다. 엄마의 보호 덕분에 어린 딸은 다치지 않았다.
이 장면을 목격한 남편 B씨는 “킥보드가 직선으로 돌진해 오더니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앞에 사람이 있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고가 났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아내가 만일 아이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보호했을 것”이라며 “양손으로 아이를 완전히 감싸안고 있어 그대로 머리가 땅에 부딪혔다”라고 덧붙였다.
엄마의 사고를 가까이서 보게 된 딸의 근황도 알렸다. B씨는 “아이가 다치진 않았지만 정신적 트라우마 때문인지 자다가 악몽을 꾸듯이 울면서 막 발작을 한다. 나도 아이를 안고 같이 울었다”라고 토로했다. 만 3세인 첫째 딸에 대해서는 “이번 주가 생일인데 엄마의 소식을 다 알고 있다”라며 “생일 전에 의식을 찾아서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적적으로 눈은 떴지만 여전히 기적이 필요하다. ⓒJTBC ‘사건반장’
한편 경찰은 전동킥보드로 A씨를 친 중학생들을 수사 중이다. 14세 미만 청소년이 아니어서 형사처벌 대상인 이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고 당시 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인도를 내달린 두 학생은 1인 탑승 원칙을 어겼고,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응급 수술을 받은 A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발성 두개골 골절 진단을 받은 A씨는 현재 뇌 전체가 부은 상태다. B씨는 “사고 당일, 가해 학생 부모로부터 ‘죄송하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라면서도 “아직 문자를 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