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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준호(39)씨는 지난 8월 전동킥보드를 샀다. 지난해까지 서울 반포동에서 마포역까지 8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자출족’이었지만, 계절 안 가리는 미세먼지와 한여름 무더위를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전동킥보드라면 한겨울 빼곤 무리 없이 출퇴근용으로 탈 수 있으리라 여겨, 아내 몰래 할부로 질렀다.

전동킥보드는 천덕꾸러기?

업계, 국내 30만 명 사용 추산

김씨는 요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한다. 일반도로에서 전동킥보드로 출퇴근하다 사고가 날 뻔했기 때문이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땐 몰랐는데 일반도로로 나오니까 위험한 순간이 많았어요. 자동차가 속도를 내며 지나갈 때나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올 땐 아찔하더라고요.” 현행 도로교통법상 ‘1인 전동차’(퍼스널 모빌리티)로 지칭되는 전동킥보드, 전동휠, 전동스케이트 등은 차량으로 분류돼 자전거도로로 주행할 수 없다.

1인 전동차 판매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관련 법규 마련이 늦어지면서 이용자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특히 전동킥보드와 비슷하게 전기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자전거가 법 개정으로 내년 3월 자전거도로 진입이 허용되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1인 전동차 이용자의 증가는 세계적 추세다. 전동킥보드 등이 1인용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으며 글로벌 1인 전동차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업계는 2015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시장 규모가 4천억원대에 불과했지만, 현재 2조원대로 성장했고 2030년에는 26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 전동킥보드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7월 실시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1인 전동차 시장이 5년 안에 연 20만 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2017년 현재 국내에서 30만 명이 1인 전동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 사례에서 보듯 1인 전동차가 활성화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특히 업계에선 현재의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자전거법) 등 관련 법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 선두인 ‘이브이샵’(EVshop)의 양해룡 대표는 10월26일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1인 전동차와 관련해선 아직 국내에 주행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 자전거 이용자는 계속 주는데 정부 정책이 자전거에만 초점이 맞춰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출퇴근시 자전거 이용자 수는 2010년 31만8천여 명에서 2015년 27만9천여 명으로 약 0.3% 준 반면,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자전거도로는 2014년 1만9천여 개에서 2016년 2만1천여 개로 되레 늘었다. 자전거 이용자 수는 주는데 자전거도로는 늘어나는 형국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전거 이용 장려 정책에도 이용자가 주는 것은 대중교통과 연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버스에 실을 수 없고 지하철 이용은 주말에 한해 제일 앞뒤 칸에만 실을 수 있다. 1인 전동차는 상대적으로 부피가 적어 휴대할 수 있고, 대중교통 연계도 쉽다.

4년 새 교통사고 372.4% 급증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자전거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 몰리면서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1인 전동차 사고가 2012년 29건에서 지난해 137건으로 372.4% 급증했다고 밝혔다. 1인 전동차 관련 사고는 2014년 40건, 2015년 77건, 2016년 137건으로 최근 4년간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개인형 이동수단 사고를 자동차보험 사고의 상해 등급으로 분석한 결과, 중상 사고 비율이 10.8%였다. 이는 전체 자동차보험 사고의 중상 사고 비율보다 4배나 많은 것이다. 건당 지급보험금 규모 역시 지난해 1인 전동차는 374만원으로 자전거(244만원)보다 많았다. 사고는 주로 4∼6월에 집중됐다.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여름에 이용자가 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고가 늘고 있지만 관련 기준과 보험상품 등의 마련은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에선 올해 초 제품의 품질 안전기준을 겨우 마련했고, 도로나 보도 이용을 위한 안전기준은 아직 따로 없다. 외국에선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주로 자전거도로를 이용해야 하고, 타인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그마나 마련된 제품 안전기준도 유통업체를 통한 해외 직접 구매가 급증하면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식 수입된 제품은 배터리·블루투스·전자파 등 까다로운 안전기준에 맞춰 인증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는 데 반해, 해외 직구는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다. 그러다보니 중국 등을 통해 안전기준이 미흡한 제품이 무분별하게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국내 인증제도를 회피하고 개인 구매에 따른 관세 면제 혜택 등을 악의적으로 노리는 대형 직구 업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직구 제품의 시장 규모가 30~40%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출퇴근용으로 전동킥보드를 산 이들은 평일에 아예 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들이 전동킥보드를 꺼내는 것은 주말에 동네를 오갈 때 정도다. 올봄부터 라이더가 된 직장인 박상민(41)씨는 “전동킥보드를 산 걸 보고 동료들이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선뜻 사라고 권하지는 못한다”며 “제품의 특성상 노면 상태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는데 움푹 파인 곳이 많은 일반도로는 위험하다. 크기가 더 큰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도로) 진입을 허용해주면서 전동킥보드는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참에 자전거도로라는 명칭을 ‘친환경도로’로 변경해 안전기준을 충족한 새로운 이동수단의 진입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대중교통 연계가 어려운 자전거만을 도심의 유일한 대안 교통수단으로 보고, 자전거주차장과 자전거도로만 늘리는 정책에서 탈피해, 관점을 모든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정부 “도로교통법 개정안 국회 계류”

정부도 이런 문제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0월26일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1인 전동차 문제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규제개혁 과제로 이미 채택된 바 있다.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손잡이 있는 전동킥보드의 경우 자전거도로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도로에 들어오기까지 7년 정도 걸렸다.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해외 직구 제품이 느는 것에 대해선 “해외 직구는 불법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모든 사항을 규제하고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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