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막연한 꿈처럼 느껴졌던 한국에 있는 아내 친정 식구들과의 약속이자 인생 버킷리스트와도 같은 ‘한국과 미국의 중간 여행지에서 만나기’. 처제의 추진력에 감탄하며 우리는 발리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채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LA를 시작으로 대만을 경유하는 긴 비행으로 피곤함은 있었지만 덴파사 공항에서의 가족들을 보니 피곤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공항을 나서니 2월임에도 불구하고 엄습하는 발리 특유의 습한 공기와 꿉꿉함은 ‘발리로 여행을 오긴 왔구나’를 실감케 했다.
인도네시아의 우버라는 고젝(Gojek)을 불렀고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도착한 우붓(Ubud)의 에어비앤비 숙소에는 우리 대가족을 기다리고 있던 호스트 케이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처진 몸을 풀어주는 시원한 웰컴 티를 마시며 케이씨가 우붓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만한 액티비티를 추천해 줬다. “인도네시아 음식을 좋아하고 만들어보고 싶다면 쿠킹클래스는 꼭 들어봐요”라고 추천해 줬고 요리를 하는 처제 부부가 함께하자며 부추겼다. “아침에는 우리가 브런치를 만들어주니 9시 반까지만 일어나셔서 저기 보이는 키친 쪽으로 오시면 돼요”라고 브리핑을 마쳤다.
세 가족이 묵었던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의 에어비앤비 숙소
케이씨가 안내하는 에어비앤비의 숙소 대문을 열고 들어오니 그야말로 휴양지 집의 정석이었다. 디귿자 세팅의 3가정이 각자 머물 수 있는 화장실 딸린 프라이빗 한 공간들과 코너에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다이닝 공간이, 정 중앙에는 분수가 흐르는 수영장이 있어 모든 가족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넉넉했다. 조금 덥다고 느껴진다면 아무 때나 수영장 물에 풍덩 들어갔다가 나오는 추억은 아이들에게도 우리 어른들에게도 특히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끄뚯 쿠킹 클래스(Ketut’s Cooking Class)의 시장 탐방에서 발리 전통 재료와 향신료를 구매할 수 있다.
우붓에서의 첫날밤, 고젝을 통해 각자 다짐했던 1일 1마사지의 시작을 알리며 다음 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잠에서 덜 깬 부스스한 머리로 분수가 흐르는 수영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먹는 토스트와 오믈렛,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여행의 설렘을 느끼게 해줬다. 케이씨가 추천해 준 끄뚯 쿠킹 클래스(Ketut’s Cooking Class)에 참석해야 했기에 우리는 오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끄뚯 쿠킹 클래스에는 시장 탐방 역시 포함되어 있는데, 발리의 전통적인 재료와 향신료를 구매할 수 있고 이곳 시장에서의 재료들을 클래스에서도 사용한다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발리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시장 특유의 분주함이 주는 활력을 느낄 수 있어서 그 경험은 더 특별했다. 시장 탐방 후, 클래스가 진행되는 곳으로 이동하는데 쉐프가 재미있게 알려주는 재료 손질 방법과 요리를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만든 미고렝과 사테, 인도네시아식 커리를 맛볼 수 있어서 알찬 일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꾸따의 필수 코스라는 서핑 클래스
인도네시아 발리에 온다면 꾸따에서 꼭 서핑은 배워봐야 한다는 글을 처제가 어디에선가 봤는지 감사하게도 남자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끔 서핑 클래스 예약이며 필요한 라이드 예약까지 모두 준비해 줬다. 마침 메인 강사분도 한국 분이셔서 편하게 기본기부터 배울 수 있었고 기본 교육을 마치면 1:1로 인도네시아 현지분들인 보조 강사들이 붙어서 파도도 읽어주시고 그때그때 잘한 점과 고칠 점들을 피드백해 주셔서 ‘얼른 또 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해주셨다.
현지 보조 강사분들이 워낙 한국 관광객들을 많이 상대해서인지 중간중간 외치는 “잘했어!”와 “그렇지!”는 서핑 그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짧은 몇 시간 동안이었지만 바닷속에서의 내 생명줄과 같은 멘토였어서 그랬는지 정이 많이 들었다. 나중에 발리에 온다면 꼭 다시 올 테니 나를 기억해달라고 하니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는 제스처로 능청을 떤다.
서핑을 마친 뒤, 바에서 즐기는 병맥주
서핑을 마친 뒤, 가까운 바 창가 자리에 앉아 미고렝과 간단한 음식들을 주문하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모두들 물놀이 후 시원한 병맥주가 간절했는지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아무 말 없이 병맥주의 청량감에만 집중했다.
발리의 매력들 중 하나는 길거리마다 이색적인 카페나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바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아마 이때 이 순간 마셨던 맥주의 맛은 당분간 또 느끼긴 힘들 것이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인도네시아 발리 꾸따 해변의 해질녘
마치 발리 꾸따 해변의 석양처럼, 가족들과의 좋은 곳에서의 좋은 시간은 야속하리만큼 빨리 지나간다. 친절한 사람들과 분주한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기분 좋게 만드는 휴양지 풍경이 가득했던 곳.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비로 때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가까운 카페에 비도 피할 겸 들어가 앉아 쿠키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소나기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알게 해 준 발리였다. 발리를 떠나면서 가족들과 “돈 열심히 벌어서 또 오자”며 훗날을 기약하고 다짐한다. 다음엔 가족여행으로 또 어떤 동남아 국가 여행을 계획해 봐야 할지 기대도 함께 해본다.
여행작가 원디: 미국 공군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이라크 파병을 통해 여러 차례 테러를 경험하면서 숨 쉬고 있는 현재(present)에 가치를 둔 여행을 기록한다. 계획된 여행도 좋아하지만, ‘일단 오늘 어디든 떠나자’ 하는 갑작스러운 여행도, ‘돌아오는 날짜는 일단 가서 고민해보자’하는 기약 없이 떠나는 여행도 좋다. 그저 여행 그 자체가 주는 설렘이 좋다. (dladnjsejr@gmail.com)
** 해당 페이지는 에어비앤비가 직접 편집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부 필자에게는 원고료가 지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