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MBC는 '만나면 좋은 친구'가 아닌, '만나기 싫은 언론'인가 보다. 윤 대통령이 MBC 기자의 질문 태도를 문제 삼아 언론에 쏘아 올린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중단은 결국 정쟁으로 번져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을 "오만 불통한 대통령"이라고 이름 붙이며 작심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대변인 출신 아니냐"며 "그래서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보고 기가 막혀서"라고 도어스테핑 논란에 말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해 "오만하면서 동시에 옹졸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기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걸 보면서 정말 큰일 났구나. 스스로 이 벽 안에 갇히기 시작했구나.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이제 꽉 막힌 대통령, 스스로 모든 국민과의 소통과 대화를 단절하는 오만불통의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참모도 못 말렸던 '도어스테핑'?…"MBC가 큰일했다"
박 의원은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 "MBC가 큰일했다"고 추켜세웠다. 박 의원은 "도어스테핑 자제하고 중단하자고 못 말리고 주변에 참모들도 아무도 도어스테핑에 대해서 말을 못 꺼냈다"며 "왜냐하면 아침마다 국민들도 불안하게 하는, 불안에 떨게 하는 그런 도어스테핑에 주변의 참모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이 문제 삼고 있는 대통령을 향한 항의성 질문에 대해 "기자는 원래 직업이 질문하는 자리 아니냐?"며 "질문을 좀 큰 목소리로 했다는 것이 그게 문제인지 아니면 대통령도 아닌 비서관하고 기자가 설전했다고 하는 게 문제냐"고 꼬집었다. 이어 "불미스러운 사태, 이런 단어들을 동원해 가면서 도어스테핑 중단시켜서 그 책임을 MBC에게 떠넘기는 걸 보면서 저는 이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기대할 게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도 CNN, NBC, CBS 기자들하고 여러 차례 설전하는 모습을 공개했지 않느냐"며 "이렇게 가림 벽 설치하고 그 언론사에 대해서 징계 조치 하자고 얘기하고 그랬다고 본 적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자는 원래 질문하는 직업"이라며 "설전이라고 하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하고도 할 수 있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일"라고 덧붙였다.
"무엄한 쓰레빠냐 공손한 슬리퍼냐? 이게 본질이 아니다"
MBC 기자가 도어스테핑 당시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예의범절' 지적과 관련해 박 의원은 "신발을 던진 것도 아니고 신발을 신었는데 그게 왜 문제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슬리퍼라고 하면 왠지 공손한 것 같고 쓰레빠라고 하면 되게 무엄한 것 같다"면서 "구두를 신었든 슬리퍼를 신었든 그게 무슨 트집 잡을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기자가) 팔짱을 끼고, 손을 모으고, 손을 들고 얘기를 하든,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거는 수준이면 정부·여당(의 역할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는 분들"이라며, MBC 기자의 차림새와 태도를 싸잡아 비난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질타했다.
박 의원은 "무엄한 쓰레빠냐 공손한 슬리퍼냐. 이게 본질이 아니"라며, "대통령이 국민을 대신해서 언론이 하는 질문을 받기 싫다고 한 것"이라고 본질이라고 짚었다. 박 의원은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해 "특정한 매체에 대해서는 배척하겠다고 하는 반민주적 태도"이자 "특정 언론과 특정 질문에 대해서는 적대적 태도"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MBC가 가짜뉴스로 미국과의 동맹을 이간질하려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라며 MBC를 공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적절치 않은 태도"라며, "불편한 매체와 기자가 왜 없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작동되는 데 가장 큰 기제가 언론의 자유, 그다음에 선거 아니겠냐?"며 "한 축을 지금 대통령이 적대적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 이거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양아라 기자 ara.y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