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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김윤진 주연 영화 '자백'이 다른 스릴러 영화와 완전 다른 점은 바로 우아함이다

베테랑 주조연의 품격!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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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생각 있지 않나. 편견 아닌 편견이라고 해도 좋은데, 범죄 스릴러 장르라고 하면 드는 생각 말이다. 구타는 필수에 피는 페인트 통 단위를 들이붓고 그 피보다 많은 욕설이 오간다는 생각. 편견. 어쩌면 사실. 대다수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이중 둘 이상에 해당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범죄 스릴러 영화를 꺼리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당신도 '추리'에는 흥미가 있을 수 있다. 어릴 적 <명탐정 코난>을 재밌게 봤다거나 '셜록 홈스'가 최애라거나. 혹은 '적당히 쫄깃한 긴장'을 즐기지만 그런 영화 만나기 쉽지 않았다거나. 그런 당신에게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자백>. <자백>이 불 위의 냄비라면 거기서 끓어넘치는 건 피도 욕설도 아니다. 바로 우아함이다. 비결이 뭐냐고? 바로 배우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제대로 우아하다.

 

소지섭, 부드러움의 명과 암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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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소지섭은 잊어도 된다. 여기 <자백>의 소지섭은 다시 부드럽고 젠틀하다. 물론 무턱대고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백>은 소지섭이 가진 '멋지고 좋은 사람' 이미지를 십분 활용, 그 이미지의 명과 암을 모두 부각시켰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는 말처럼 소지섭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 '유민호'. 승승장구하는 IT 기업의 사장에다가 장인어른의 직함은 '회장'인 남자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듯한 그가 어느 날 밀실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고,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가 나타나 그에게 손을 내민다. 

 

김윤진, 돌아온 '승률 100%'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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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코믹하고 가벼운 영화보다는 진중하고 무거운 영화에 많이 출연한 김윤진. 그는 <자백>에서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 역으로 분해 노련미를 자랑한다. 곤란한 상황에 빠진 '유민호'의 변론을 자청하는 한편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궁지로 몰아붙이고 압박한다. 진실을 밝히는데 익숙한 인물이며 대화 기술이라면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자백>은 다수의 클로즈업 숏으로 김윤진이 쌓아온 진지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한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처럼 강철같은 느낌은 지웠다. <자백>의 김윤진은 부드럽게 강하다. 중단발에 풍성한 웨이브를 준 헤어스타일링도 일조했다.

 

나나, 말 잘 듣는 내연녀는 가라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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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가 연기한 '김세희'는 '유민호'의 애인이자 사건의 키를 쥔 채 숨진 인물이다. 자칫 납작해지기 쉬운 설정이다.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남성 주인공의 불륜 상대라는 인물이 갖는 틀이랄까, 습성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자백>의 이야기도 나나의 연기도, 그냥 뻔한 불륜 상대를 용납하지 않았다. 작중 '김세희'는 일단 일이 벌어지면 지독하게 밀어붙이고 치밀하게 매듭짓는다. '유민호'에 끌려가는 대신 그를 끌고 간다. 그런가 하면 어떤 순간에는 무너져내린다. 두 얼굴을 가졌고 둘 다 납득시키는 힘이 있다. 그런 '김세희'의 단호함과 강단에서 나나의 전작 <굿 와이프> 속 '김단'이 떠오르기도 한다.

 

최광일, 랜드로버를 모는 남자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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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시작해서 차로 끝나는 남자, '한영석'이다. 방송 중계차를 몰다가 카센터를 차리고 이제는 산중에서 만난 '김세희'의 차까지 고쳐준다. 그런 그가 모는 차는 랜드로버. 튼튼하고 힘 좋기로 유명한 차다. '김세희'의 고장난 아우디 SUV를 너끈히 끌고 집까지 달린다. '한영석'도 그렇다. 낯선 이에게 호의를 베풀고 가족을 사랑하는 착한 아저씨인데, 도무지 포기를 모른다. 듬직하고 끈질기다. 그런 '한영석'을 연기한 배우는 최광일.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해 스크린과 브라운관 오가면서 열일했는데, 2020년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기념비적인 악역 '신명휘'를 연기해 화제가 됐다.

 

한갑수, 이토록 점잖은 형사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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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렇게 점잖은 형사가 있었나?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이 떠오르지만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한갑수가 연기한 <자백>의 형사는 한국형 범죄 영화의 '형사' 하면 떠오르는 고질적인 이미지를 비틀다 못해 완전히 찢고 나온 인물이다. 차분하게 정돈한 흰 머리칼, 짙고 검은 눈썹 아래로 힘 있게 뜬 눈. 한번 물면 놓지 않는 호랑이 같은 인상을 하고는 상대를 존중하는 품위를 보인다. 상대가 누구라도 말이다. 형사 캐릭터의 새 장을 연 배우 한갑수. 그는 1987년 연극 무대로 데뷔했고 영화는 2008년부터 출연해왔다. 최근작은 천명관 감독의 <경관의 피>다.

 

홍서준, 희번득 빛나는 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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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에서 안광을 내뿜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민호'의 사내 변호사이자 친구인 '장태수'다. '장태수'는 작중 가장 목청이 크고, 말이 빠르다. 각종 사고를 처리하며 '유민호'를 돕지만 그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는 글쎄다. '장태수' 역의 홍서준은 2011년 영화 <바람의 노래>로 데뷔해 무려 64편 드라마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작으로는 <이태원 클라쓰>, <빈센조>, <악마판사> 등이 있다.

 

박미현, 짧지만 강렬한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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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프런트 직원으로 짧게 등장하지만 신 스틸러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하나같이 다 중요해보인다. 중요함을 연기하는 배우 박미현. 그는 1997년도 연극 <키스>로 데뷔해 이후 연극, 영화, 드라마 막론하고 활약해온 베테랑이다. 공교롭게 2019년도에 내용은 무관하지만 제목이 같은 tvN 드라마 <자백>에도 참여한 바 있다. 또 넷플릭스 <D.P.>, <소년심판>, JTBC <부부의 세계>, <로스쿨> 등에 출연했다.

 

서영주, 갑자기 등장한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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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소나타를 운전하며 아이폰을 쓰는 청년 '한선재'. 갑자기 도로로 나온 고라니처럼 관객을 놀래키고, 이후에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인물이다. 서영주는 2008년도 <쌍화점> 임주환 아역으로 데뷔해 <도둑들> 김윤석 아역, <패션왕> 유아인 아역 등으로 영화·드라마 가리지 않고 출연해왔다. <에쿠우스>, <데스트랩> 등 연극 무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으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연 맡아온 15년 차 배우다.

 

물결처럼 밀려드는 선율, 음악이 곧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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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극을 이끌어나간다면, 음악은 영화의 톤을 정비한다. <자백>은 첼로 연주곡과 함께 시작한다. 템포는 느리지만 배경음악으로 흘려듣기에는 묵직하다. 언제 날카로워질지 모른다는 긴장감도 잇따른다. <자백>의 템포가 딱 그렇다. 숨 가쁜 스릴러는 아니지만 미묘한 완급 조절을 통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사태가 고조되면 피아노 연주곡이 몰아치고 진정되면 다시 저음의 첼로 연주로 긴장을 낮춘다. 배우들의 연기, 극의 진행을 보다 선명하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 사건이 진행되는 산장과 호텔의 원목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자백>의 음악 역시 배우들만큼이나 우아하다.

모그(본명 이성현). ⓒ뉴스1
모그(본명 이성현). ⓒ뉴스1

<자백>의 음악감독은 모그다. 모그는 2007년부터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영화 음악을 만들어왔다. 2010년 김지운 감독의 스릴러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음악감독을 맡고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밀정>, <버닝>, <마녀>, <완벽한 타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긴장감을 요하는 작품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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